[이치구의 중소기업 이야기] (39) '마른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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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을 하고 맥주를 만들고 빵을 굽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품목만 열심히 만들어내면 살아갈 수 있었다.
자신이 모자라는 물품은 돈으로 사서 쓰면 됐으니까.
이처럼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는 값을 경제학의 용어론 "교환가치"라고
부른다.
어쨌든 그동안 세사람은 교환가치에 맞는 물건을 조달, 잘먹고 잘살았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였다.
산타클로스가 루돌프사슴의 썰매를 몰고 전국을 다니면서 질좋고 값싼
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빵장사에 위기를 느낀 빵집 아저씨가 사슴을 쏘아 죽여버리자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빵집들이 문을 닫게돼 대량실업이 일어나면서 사회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고을안의 모든 빵집아저씨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정부가 나서서
사슴을 처치하고 산타클로스를 구속해줄 것을 요구한다.
정치인들과 로비도 편다.
결국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빵집아저씨들은 이때부터 국민들이 비싼 빵을 사는데 허덕이는
바람에 돈에 쪼달리자 고기와 맥주도 팔리지않게 돼 모두가 극심한 손해를
입게 되리란 생각을 하진 못했다.
허튼 비유같지만 이런 일은 지난 20여년간 선진국에서도 수없이 일어난
사건이다.
자동차수입을 규제하다가 농산물수입을 금지하다가 오히려 자기나라
국민들을 심각한 고통에 빠뜨리곤 했다.
이건 결코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경제사정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간 미국에서온 산타클로스가 금융시장의 규제를 풀어주면 달러를
대량으로 공급해주겠다고 몇번이나 제안해왔다.
그럼에도 우리측 금융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을 마구 개방하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망하게 되고 실업자가 들끓게 된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은행 종금사 증권사 보험사등 모든 금융업자들도 산타클로스의 사슴을
묶어둘 것을 종용했다.
이들 세력을 등에 엎고 정부측까지 이미 달러가 바닥났는데도 산타클로스의
아량은 필요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이런 규제대책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드디어 오히려 엄청난 구걸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달러값은 자꾸만 올라가 맥주를 팔거나 고기를 판돈으론 달러를 구할
수조차 없게 됐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얘기지만 한때 뉴펀들랜드에선 마른대구가
화폐를 대신하는 교환수단이었다.
버지니아에선 담배가, 인도해안에선 조개가, 서인도식민지에선 설탕이,
스코틀랜드일부에선 쇠못이 화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화폐가 국제통화 기능을 가지기 이전의 얘기다.
그런데 요즘 우리 원화의 교환가치야말로 뉴펀들랜드의 마른대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업계에 나가보면 이번 "IMF"사태는 정말 중소기업들의 잘못 때문은 아닌것
같다.
그럼에도 뼈깎는 고통은 기업들이 당하고 있다.
이 사태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제조업관련산업 즉 하드웨어쪽은 큰 잘못이
없다.
바로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금융 즉 소프트웨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상상해보라.
컴퓨터의 용량과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엉망이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 마른 대구를 황금대구로 바꾸는 방법은 산타클로스가 가져온
소프트웨어로 빨리 완전히 바꾸는 수밖엔 없다.
기존 소프트웨어를 수정해 쓰기엔 너무 때가 늦었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
이들은 각자 자신의 품목만 열심히 만들어내면 살아갈 수 있었다.
자신이 모자라는 물품은 돈으로 사서 쓰면 됐으니까.
이처럼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는 값을 경제학의 용어론 "교환가치"라고
부른다.
어쨌든 그동안 세사람은 교환가치에 맞는 물건을 조달, 잘먹고 잘살았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였다.
산타클로스가 루돌프사슴의 썰매를 몰고 전국을 다니면서 질좋고 값싼
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빵장사에 위기를 느낀 빵집 아저씨가 사슴을 쏘아 죽여버리자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빵집들이 문을 닫게돼 대량실업이 일어나면서 사회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고을안의 모든 빵집아저씨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정부가 나서서
사슴을 처치하고 산타클로스를 구속해줄 것을 요구한다.
정치인들과 로비도 편다.
결국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빵집아저씨들은 이때부터 국민들이 비싼 빵을 사는데 허덕이는
바람에 돈에 쪼달리자 고기와 맥주도 팔리지않게 돼 모두가 극심한 손해를
입게 되리란 생각을 하진 못했다.
허튼 비유같지만 이런 일은 지난 20여년간 선진국에서도 수없이 일어난
사건이다.
자동차수입을 규제하다가 농산물수입을 금지하다가 오히려 자기나라
국민들을 심각한 고통에 빠뜨리곤 했다.
이건 결코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경제사정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간 미국에서온 산타클로스가 금융시장의 규제를 풀어주면 달러를
대량으로 공급해주겠다고 몇번이나 제안해왔다.
그럼에도 우리측 금융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을 마구 개방하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망하게 되고 실업자가 들끓게 된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은행 종금사 증권사 보험사등 모든 금융업자들도 산타클로스의 사슴을
묶어둘 것을 종용했다.
이들 세력을 등에 엎고 정부측까지 이미 달러가 바닥났는데도 산타클로스의
아량은 필요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이런 규제대책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드디어 오히려 엄청난 구걸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달러값은 자꾸만 올라가 맥주를 팔거나 고기를 판돈으론 달러를 구할
수조차 없게 됐다.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얘기지만 한때 뉴펀들랜드에선 마른대구가
화폐를 대신하는 교환수단이었다.
버지니아에선 담배가, 인도해안에선 조개가, 서인도식민지에선 설탕이,
스코틀랜드일부에선 쇠못이 화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화폐가 국제통화 기능을 가지기 이전의 얘기다.
그런데 요즘 우리 원화의 교환가치야말로 뉴펀들랜드의 마른대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업계에 나가보면 이번 "IMF"사태는 정말 중소기업들의 잘못 때문은 아닌것
같다.
그럼에도 뼈깎는 고통은 기업들이 당하고 있다.
이 사태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제조업관련산업 즉 하드웨어쪽은 큰 잘못이
없다.
바로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금융 즉 소프트웨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상상해보라.
컴퓨터의 용량과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엉망이라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 마른 대구를 황금대구로 바꾸는 방법은 산타클로스가 가져온
소프트웨어로 빨리 완전히 바꾸는 수밖엔 없다.
기존 소프트웨어를 수정해 쓰기엔 너무 때가 늦었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