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65세로 높이려는데 대해 직장인들의 불만은
크다.

개선안대로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연금을 탈 수 있는 나이가 올라가면
노후생활보장이 안되기 때문이다.

복지부관계자는 이에대해 "평균수명이 늘고 노령인구가 많아지는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퇴직연령이 낮은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노동시장이 노령인력을 흡수할 만큼 탄력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55세가 되면 정년퇴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정리해고제마저 시행될 전망이어서 퇴직연령은 더욱
낮아질 추세다.

그러나 연금수급연령이 상향돼 65세부터 연금을 탈 수 있다면 10년동안은
퇴직금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말처럼 쉽지 않다.

퇴직금의 상당부분이 국민연금에 묶여버리는 탓이다.

현재 직장인이 내는 연금보험료중 33%는 퇴직금적립금에서 미리 빠져
나간다.

또 이번 개선안에 따라 퇴직할 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반환일시금제도
마저 폐지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퇴직할 때 받는 돈의 40%이상이 국민연금몫으로 공제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 돈은 65세가 될 때까지 탈 수도 없다.

한마디로 "퇴직금 목돈"이란 공식이 깨지는 것이다.

더구나 퇴직후 연금을 받기까지 어떤 사회보장정책도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직도 한창 일 할 나이인 55세에 일자리를 떠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얼마 안되는 퇴직금과 기약없는 연금수혜, 그리고 가장의 무거운 책임뿐인
셈이다.

외국이 수급연령을 대부분 65세로 상향조정하는 추세라는 설명도 아전인수
격이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지난 95년 73.5세에서 2020년에는 78.1세로
길어진다.

평균수명이 5년가량 늘어난데 따라 연금수급연령도 5년 늘렸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미 70~80년대에 평균수명이 70대를 넘어선 일본이나 독일
스웨덴도 그 당시 연금수급연령은 모두 60세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가의 보장책마저 백지상태인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것이다.

96년도 GDP(국내순생산)대비 국가의 사회보장비는 겨우 0.9%에 불과한
3백52억원대이다.

하지만 일본은 12.44%였고 독일이 28.27%, 스웨덴 38.03%로 높다.

이들 국가가 노령인구 증가에 맞춰 연금수급연령을 늦출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이 아니더라도 노후에 대한 제반 사회적 보장이 이처럼 충분해서다.

이를 단순히 "수급연령 연장추세"라고 뭉뚱그려 국민을 속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외국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이에따라 연금수급연령에 대해 탄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 정길오 연구위원은 "사회보장정책이 없는 현실에서 수급연령을
올리는 것은 직장인의 노후보장을 포기하는 처사"라며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될 때까지 현행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령인구에 대한 고용정책과 정년연장 등 제반 사회적 제도적 문제를 선행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수급연령나이를 연장하는 방침이 부실화된 기금재정안정을 위한 "술수"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