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48) 앤더슨컨설팅사장은 업계에서 꼽히는 "컴퓨터 마니아"이다.

컨설팅 외길 25년에 자연스럽게 쌓인 결과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12년간 IT(정보기술) 컨설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앤더슨컨설팅을
이끌어왔기에 더욱 그렇다.

그는 하루 일과를 전세계 1백94개 사무소를 잇는 사내 그룹웨어를 열고
전자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침에 쏟아지는 전자우편만도 50여개.

그중 필요한 내용을 골라 검토의견을 첨부, 담당 간부에게 전송한다.

그의 책상에는 보고서류를 찾아보기 힘들다.

옆방에 있는 직원을 직접 부르는 일도 드물다.

업무처리와 의사소통의 대부분을 전자메일로 손쉽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책상에 놓인 손때묻은 노트북은 해외출장에도 언제나 그를 따라붙는 "1급
수행비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뽑아주는 것은 물론 결재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주는 등 2~3명 비서몫을 너끈히 해낸다.

"컨설팅업체의 경쟁력은 우수한 정보시스템에서 나옵니다. 전장에서 맨손
으로 싸우는 군인보다 첨단 전자장비로 무장한 병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죠. 고객에게 적기에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있는 방대한 산업별
데이터베이스는 앤더슨이 가진 최고의 무기입니다"

앤더슨컨설팅이 직급별 승진요건에 시스템 교육코스를 포함시켜 스스로
디자인한 교육과정에 따라 IT 전문가로서 역량을 쌓아가게 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은 기업경쟁력의 키워드를 "정보기술"
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생산성 높은 업무처리절차와 이를 지원하는 효율적인 정보기술의 활용은
모든 기업혁신의 핵심입니다. 예컨대 기업의 군살빼기에는 정보시스템의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에는 고개를 돌린채 단순히
사람수만 줄이는 것으로는 요즘같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습니다"

직원이 결재판을 들고 3~4차례 회사를 돌고 의사결정 하나 하는데 한달씩
걸린다면 급변하는 경영환경속에서 도태되고 만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정보화 전도사"를 자처하며 기업의 정보마인드 확산에 애쓰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 유병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