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국민은 무엇이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본은 사고방식의 차이이다.

우리는 이미 1백년전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우리나라를 뒤처지게 한 사실을 알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의 부도사태를 놓고 갑론을박 끝에 처리를 지연시킨
것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몰고왔다는 사실을 숨길수 없을 것이다.

사고방식과 관련하여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을까.

미국인들의 특징은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적이라는 것은 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고, 독립적인 사고는 남의 보호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자기 하고싶은 일을 하고 남의 보호를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을 때
우리는 일에 열정을 가질수 있고 경제는 활성화되는 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기대는 습성이 강하고 정부도 각종
자금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에는
많은 낭비가 내재되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성적 독립적 사고는 자율과 경쟁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을 적용할 때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없는 사람도 그 사람으로부터 최대의 효과를 내려면
자율성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자율성은 생명력 창조력의 원천이다.

미국이 정보통신 방송 등 첨단산업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이유는
자율과 경쟁의 원리에 의해 테드 터너,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이 나올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하면 우리는 개성적 독립적 사고를 가지면서
강인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교육부문이 특히 상당히 통제지향적이어서 멧돼지같은 사람을
길러낼수 없게 되어 있다.

교육부문에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하여 개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지난번
기아사태에서도 그렇고, IMF구제금융하에서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에도
그렇고, 정부가 출자를 하고 공기업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 정말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앙집권적 통제체제에 수천년 길들여져 온 우리 국민의 사고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경제원칙의 적용에는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일본이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면에서 미국에 비해 훨씬 뒤지고 이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어 지금 불황을 겪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소니 도요타
등 세계적 기업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일본국민이 남을 생각하고 세계에
유례없이 일에 철저한 국민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남을 생각한다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친절 정직 질서 약속 예의 등 대인관계의 기본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편 일에 철저하다는 것은 일을 적당히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직업정신 장인정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제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무슨 일을 해도 제일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장인정신이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져
오게된 정신적 뒷받침이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을 적당히 하는가.

최근에는 고속철도 사업에서도 일을 적당히 한 나머지 많은 낭비가
발생했다.

이것은 우리가 일을 잘 함으로써 보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보다는
돈이나 권력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남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적당히 하는 것은 바른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른 가치관을 확립하는 정신적 전환을 통해서 순수해 짐으로써
남과 협력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보다 가치있는 삶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사람은 마음이 순수해야 자기일에 열정을 가질수 있고 이것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은 바른 가치를 창조하고 심어나감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순수하게 하는데 있다.

가치창조는 지도자의 모범, 엄격한 가치판단,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창조된다.

특히 어릴때의 정신교육은 사람들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국민이 개성적이고 독립적이며 남을 생각하면서 일에 철저할 때 경제발전의
기초(fundamental)가 튼튼하다고 말할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기초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리고 IMF구제금융을 받은 나라 치고 잘사는 나라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IMF구제금융을 받았는데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태도 때문이며 우리가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바꿀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