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홍 <중국 산동 사회과학원 한국연구센터 교수>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등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대중국 무역및 투자활동에 분쟁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중-한 두나라간의 지속적인 경제협력증진에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며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중-한간의 이러한 분쟁원인이 두나라 쌍방에 있고, 잘못의 무게를
따진다면 중국측에 비중이 더 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 기업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중-한수교 5주년을 계기로 한국기업의 중국투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투자업체의 80.9%가 비교적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한국 통상산업부의 예측에 따르면 중-한수교 10년이 되는 2002년에는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1백억달러를 넘고 무역 역시 많게는 6백억~7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이 오늘날 일시적인 외환위기를 겪고 있지만 앞으로
두나라간의 무역및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임을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이같은 중-한간의 밝은 경제협력 전망에도 불구, 중국인들에게 있어
한국회사들의 뚜렷한 기업이미지나 기업문화가 심어져 있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은 특히 중-한 경제교류의 첫 물꼬를 텄던 산동성의 경우가 더욱
심하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지역에 투자한 한국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서 오는 부분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뚜렷한 하나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지 못한 이유는
다음 몇가지 문제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먼저 기업관리 수준이 다른 선진국 기업에 비해 높지 못하다.

산동성 이엔타이(연태)시의 경우 한국기업투자의 80%가 중국의 중소기업에
몰려 있다.

이 한국투자기업 가운데 일부는 중국의 각종 법규를 지킨다는 관념이
희박하고 단기 이익에만 집착하는 등 기본적으로 소작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노동조건이 변화하는 환경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투자하면서 새로운 공정이나 회사를 짓거나 안락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기보다는 임대방식 등을 쓰고 있다.

중국의 개방초기나 중기에 있었던 이러한 방식의 투자로는 크게 달라진
중국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맞추어 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자주 얘기되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투자기업에서 일하는 중국 근로자의 임금이 다른나라
투자기업의 그것보다 적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은 또 시간외 근무시간이 많으면서도 수당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한국기업의 일부는 심지어 근로자의 화장실 출입시간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와 불만을 사고있다.

특히 뒤늦게 중국투자에 나선 중소기업 가운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져
중국인의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기업 중에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기업들과 제휴를 노리다가
일이 성사되지 못하면 궁여지책으로 한국기업을 찾아 투자를 요청한다는
말마저 들리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한국기업에 대한 중국인의 일반적인 이미지가
"제2류기업"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한 양국의 기업인들이 이같은 문제를 올바르게 보고 분석하여 대처해
나간다면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더한층 제고해 나갈수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는 한국기업이 지난 수년간의 중국 투자경험을 살려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확실한 투자 파트너를 찾아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사관계의 올바른 개선을 적극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또 투자나 무역에 앞서 철저한 사전 리스크관리를 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조금이라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제교류에서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모든
국제관계에서 공통된 일이며 기업관리경험이 많지 않은 중국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기업의 확실한 이미지를 심고 키워나가는 것은 물론 한국
투자기업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중국측 기업의 한국기업에 대한
경영이나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점에서 경제교류에 버금가는 문화교류와 그를 통한 국민간의 진솔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