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로 한동안 라운드를 자제했던 주말골퍼 정기철(47.사업)씨는
지난2일 모처럼 충북 남강CC를 찾았다.

8년동안 즐겨온 골프에서 완전히 손을 뗄수 없었는데다 새해 연휴를
맞아 함께 할 멤버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대학동창들이라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이날 IMF가 몰고온 새로운 골프풍속도를 실감나게 경험했다.

낭비요소를 줄이는 "알뜰 라운드"가 그것.

이들은 아침 일찍 중부고속도로 입구 만남의 광장에 모여 매점에서 파는
우동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승용차 한대를 이용하는 "카풀"로 출발했다.

골프장에선 내기없이 라운드에 들어갔고 그늘집을 이용하지 않는 대신
한 친구가 보온병에 가져온 커피를 나눠 마셨다.

라운드를 마친뒤 클럽하우스에 모여서도 즐겨찾던 맥주와 안주를 시키지
않고 김치볶음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총비용은 49만원.

그린피 38만8천원에 캐디피 7만원(4백 1캐디), 그리고 식사비
3만2천원이었다.

1인당 12만5천원씩 걷고 남은 돈1만원은 휘발유값으로 처리했다.

정씨는 이날 평소 지출하던 15만원대의 라운딩비용에서 2만5천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IMF 파고가 골프매니아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데다 골프장 입장료도
올라 최악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골퍼들이 그동안 즐겨온 골프를 당장 중단하기는 어려운 법.

이같은 상황에서 현명한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 골프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길 뿐이다.

이런 때 일수록 골퍼들의 과감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절약할 수 있는 길도 많다.

골프장 선택과 연습장이용에서 부터 식음료비에 이르기까지 마음만
먹으면 부문별로 얼마든지 지출을 줄일수 있다.

연습장이용의 경우 요즘같은 동절기에는 정기회원권보다 가급적 쿠폰을
끊는다.

정기회원권의 경우 디스카운트의 매력이 있지만 기온변화가 많은 요즘에는
연습장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습장비용마저 아깝다면 집에서 연습스윙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

관악CC 클럽챔피언 이제원씨는 새벽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1백여회의
연습스윙만으로도 평소 스윙감각을 유지할수 있다고 말한다.

라운딩횟수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라운딩에 임할땐 최대 효과를 얻을수 있도록 노력한다.

샷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밖에 그늘집 이용을 자제하고 카풀,헌공 사용 등의 알뜰작전을 펼치면
경제적으로 골프를 즐길수 있다.

그동안 유행을 쫓아 클럽을 수시로 교체하던 습관도 이젠 꼭 버려야 한다.

구비해야할 채가 있을 경우 중고클럽매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구입하고 안쓰는 클럽은 이곳에 내다 파는 지혜도 필요하다.

클럽이 낡았다면 샤프트 교환만으로도 새 클럽을 구입하는 효과를 얻는
방법도 있다.

IMF 시대는 이처럼 골퍼들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골퍼들 스스로 낭비와 거품을 없애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같은 노력이 뒷받침 될때 라운드에 눈총을 덜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골프가 사치 스포츠란 오명을 벗게 된다.

골퍼들의 절약 자세가 보편화되고 그에 더해 경제가 회복된다면 지금의
IMF 위기는 골프대중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