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점재 ]

"대만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

아시아경제를 초토화시킨 금융위기는 그 부산물로 세계경제학계에 이런
연구테마도 던져주고 있다.

한국 등 경제우등생들이 외환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과 달리 대만은
우등생의 면모를 의연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중 하나는 대만에서는 "창조적 파괴", 즉 기업들의 신규
진입과 퇴출이 쉽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기업들간의 신진대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고 이것이 경제전체의 생산성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91년도 대만의 화학제품중 40%, 플라스틱 제품중 3분의 1, 금속
제품중 절반이 창립 5년미만의 신생기업들에 의해 생산됐다.

반대로 81년에 존재했던 의류 섬유 금속제품 플라스틱 분야의 5개기업중
4개는 다음 10년새에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이처럼 활발한 신규진입과 퇴출은 경제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된다.

신규진입업체는 기존업체에 비해 효율적인게 일반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86~91년중 전기 및 기계산업의 총생산성은 23.6% 상승했는데 그중
3분의 1 이상이 신규진입업체들에 의한 것이었다.

또 기존업체는 기존업체대로 신규진입업체와의 잠재적 경쟁과 언제 파산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생산성향상에 적극 매달리게 된다.

특히 많은 대기업들은 이런 압력에 대응해 의도적으로 고정비용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택한다.

덜 자본집약적인 분야에 집중하고 부품의 많은 부분을 재하청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자체브랜드를 개발하기 보다는 미국이나 일본기업들의 공급선이
되는 쪽을 선택함으로써 광고와 연구개발비 부담을 줄이는게 대만기업들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대만에서는 신규진입과 퇴출이 더 활발한 것일까.

무엇보다도 법률시스템상 대만은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파산이 훨씬
쉽게 결정된다.

이는 투자자들과 금융기관, 근로자들을 신중하게 행동하게끔 한다.

한번 의사결정을 잘못하면 그 결과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실패한 기업인들의 재기도 수월하게 만든다.

경영실패는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 정리=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