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 이학영 특파원 ]

한국 등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4년째 활황장세를 지속해온 뉴욕증시를
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가 전날보다 99.65포인트나 빠진 7,802.62로
하락한 것은 올 뉴욕증시의 장세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증시를 떠받쳐 온 은행 컴퓨터 증권 등의 대형 상장사들이 "아시아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 것.

이같은 불안 심리는 이날 연방정부가 발표된 뒤 건의 통계와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의 작년 12월 평균 출고가격이 0.2% 하락, 97년 전체의
도매물가가 1.2% 뒷걸음질친 것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그 하나다.

이는 86년 이후 최대 "디플레"다.

다른 하나는 지난주 실업수당 신청자수가 33만4천명으로 일주일 사이에
2만명이나 늘어났다는 노동부 발표다.

실업자가 이처럼 늘어나기는 작년 8월중순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당초의 낙관과 달리"아시아의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세계적 디플레 조짐이 쉽사리 불식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증권연구소인 코웬 앤드 컴퍼니의 시황분석가 찰스 프래딜라는 이와관련,
"아시아의 위기국면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적어도 올 상반기동안
미국 상장기업들이 내놓는 영업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아시아의 장기 침체는 다국적 기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미국 업계의
경영을 압박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에따라 한때 뉴욕증시의 "장밋빛 그림"을 그리기에 바빴던 일부
전문가들이 줄줄이 "수정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3년연속 20%이상의 상승 행진을 계속해 온 뉴욕증시의 활황세가
"3년천하"로 막을 내릴 것인지 연초부터 전문가들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