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복을 입고 출근하던 날, 전철안의 모든 사람들이 쳐다봐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는 한복을 입고 명동에도 다닐 수 있을만큼 몸에 배었습니다.

근무할 때도 그렇게 편할 수 없습니다"

평상시 출근복으로 한복을 입는 파스퇴르유업 백승연 주임의 얘기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문화체육부의 한복입는 날 지정 이전인 96년3월부터
한복을 입고 있다.

처음에는 간부사원만 입기 시작했는데 전사원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96%가 한복을 희망했고 그 결과 2주만에 전직원들로 확대됐다.

그뒤 5백50여명의 직원들은 월~금요일 한복을 입고 출근하고 있다.

한복은 회사에서 지급한다.

하복과 추동복 등 1인당 평균 4~5벌을 갖고 있다는 게 최종관 기획실
주임의 얘기다.

생산직근무자는 한복을 입고 출근해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파스퇴르유업의 모든 운전기사들은 항상 한복을 입고, 겨울철에는 평상시
겉옷에다 마고자를 걸친다.

또 개량한복에는 흔히 고름과 대님이 없지만 이 회사에서는 이를 없애지
않고 대신 입고 벗기에 편리하도록 단추로 처리했다.

최주임은 한복 근무가 직간접적인 광고효과는 물론 사원들의 애사심을
한층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최명재 회장은 조회때마다 "한국사람은 한국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파스퇴르유업외에도 현재 한복을 근무복으로 입는 곳은 행정기관과 민간
단체 학교 등 50여군데.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곳을 합치면 1백여곳이 넘을 것으로 문체부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의 참여도가 높아 15개 광역자치단체, 수원.구리.공주 시청
및 서울 관악.강동구청 등이 매월 첫째 토요일 한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이무성 구리시장은 "옛것을 찾는다는 의식으로 직원들에게 한복입기를
권장한 결과 한복입는 날이면 30%가량이 한복을 입고 온다"며 "시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 앞으로 관내 동사무소도 참여하도록 적극 권장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청주시의 청주신협은 직원들에게 생활한복을 한벌씩 사준뒤 토요
근무복으로 지정했으며, 농협중앙회 광주 신용사업본부는 97년 4월부터 19개
지소 3백60명에게 한복을 지급해 매주 토요일과 저축의날 등에 입도록
권하고 있다.

이천 미란다호텔도 호텔종사자 2백명의 유니폼중 일부를 한복으로 만들어
매주 토.일요일 입도록 했다.

음성 삼성신협, 무주신협, 농협 진천지부 등도 한복입기 생활화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학교도 한복입기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도곡, 경기 포천, 원주 치악, 경남 함양, 안양 평촌초등학교가 매월
첫째 토요일 한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