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아시아 통화위기는 왜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인가.

유독 아시아지역 통화만이 환투기꾼들의 공격목표가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시아통화위기 원인으로 아시아국가들의
재정정책이 그동안 너무 방만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정부재정이 균형상태를 유지해온 아시아국가들에는
적용될 수가 없다.

동남아시아국가들의 경우 하나의 공통점은 통화위기가 불어닥치기 이전에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미 MIT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러한 변수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통화
위기를 촉발시켰는지를 분석한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아래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이 정부의 느슨한 규제장치와 맞물려 투자결정의 왜곡현상을
야기시키고 은행들로 하여금 위험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오로지 이윤에만
몰두하게 함으로써 통화위기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들이 부동산 대출을 해줬다고 가정하자.

이로인해 25달러를 거둬들일 확률이 3분의 2이고 1백달러를 횡재할 가능성
이 3분의 1이라면 평균 투자예상수익은 50달러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동남아지역 은행들은 정부보장을 믿고 1백달러의 투자수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이들 은행자산은 허수인 셈이다.

정부가 지원하는한 이러한 "버블"은 오랫동안 지속될수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투자수익을 얻지 못하게된 은행들이 정부에 구제지원을
요청하게 되고 이러한 요구가 급속도로 늘어날 경우 정부는 더이상 지원을
할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다음 과정은 지금과 같은 경제통화위기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게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는 현실을 너무 단순화시켜 분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동남아시장에는 위기가 닥칠때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수 없는 외국투자가들
도 존재했다.

그의 이론은 자기 책임하에 영업을 하는 서방은행들이 붕괴의 징후가
뚜렷했던 시점 이후에도 대출을 계속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러한 허점에도 불구,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통화위기의 근본원인을
3가지로 정리할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우선 은행과 느슨한 정부규제정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정부가 지나치게 은행들을 비호하고 규제정책이 느슨한 상황에서는
국제자본시장의 유동성이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수 없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이 개방되지 않았다면 은행들의 모험을 무릅쓴 과잉투자는 금리를
인상시키고 투자붐을 진정시켰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은 구제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IMF와
선진국 정부들의 논리 근거를 약화시키고 있다.

지원은 외국투자가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경제가 다시 안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버블경제에 의존해 왔던 아시아지역의 경우 거품이 완전히 빠질때
까지 경제붕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리=이성구 런던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