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기외채 만기연장과 신규차관제공 작업이 막바지 조율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오는 19일 뉴욕서 열리는 채권은행단 회의까지는 외환위기를 해소
하기 위한 구제금융 패키지를 모두 확정지을 계획이다.

정부는 내주중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측 대표와 정덕구 재경원 차관보를
뉴욕에 파견해 채권단들과 기존채무및 신규지원에 대한 조건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금융위기는 적어도 19일까지는 일정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일종의 분수령을 맞은 셈이다.

만일 이시점까지 결론 도출에 실패할 경우 G7 선진국들의 국가별 자금지원
이나 민간금융기관들의 상환연장은 상당한 혼선을 빚게될 것으로 우려된다.

채권은행단은 새해들어 지난 5일부터 대륙권별로 잇달아 집회를 열어
한국에 대한 채무일정 조정에 나서있으나 그룹별로 견해차가 적지 않은
상태다.

일본과 유럽계 은행들은 오는 3월말까지는 기존 채무를 조건없이 연장해
주자는 입장인 반면 미국계는 기존채무를 모두 한국 정부의 채무로 전환
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계의 이같은 방침은 사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도네시아나 태국과 같이 국가차원의 채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 모라토리엄(국가지불불능 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외채무가 국가채무냐 민간채무냐는 것은 만일의 경우 처리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우리정부가 기존채무를 국가채무로 전환하는데 반대하는 이유도 자칫
최악의 경우 국가가 지불중지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그동안 이 회의에 공무원파견을 꺼려 왔으나
회의진척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주 변양호 국제금융과장을 뉴욕에
파견하는 등 해결책 모색에 나서 있다.

정부는 미국의 금융기관 중에서도 투자기관들은 채권을 선호하고 상업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선호하는 등 금융기관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요구
사항들을 내놓고 있다며 모두를 만족시키는 단일안을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주중에는 기존채무나 신규차입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공표하되
정부가 직접 부담을 지는 행위는 되도록 피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그방안으로 기존채무의 일정 조정은 민간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상환연장 조치를 받도록 하되 정부나 한국은행이 지급을 보증하고 신규
차관은 신디케이션론이나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도 국가가 모든 채무를 부담할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채권은행들의 입장이 그룹별로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JP모건 등은 총액 2백50억달러 규모의 채권발행을 요구하고 있는 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정부는 기존채무와 신규 조달등을 모두 소위 더치옥션 방식으로 공개
입찰에 부칠 방침이다.

더치옥션이란 금융기관별로 매입희망 물량과 금리를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
으로 과다하게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횡포를 방지하는 장점이 있지만
채권단이 이런 방식에 동의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어떻든 우리 정부는 <>약 2백억달러의 금융권 기존채무는 정부나 한은의
지급보증으로 해결하고 <>신디케이션론으로 30억달러 <>채권(외평채)으로
90억달러 <>선진국들의 협조융자로 80억달러를 신규 조달해 위기를 극복
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