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옥수동에 사는 가정주부 이미경(35)씨는 요즘 "물가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자고 나면 뛰어오르는 물가에 수퍼가기가 겁난다.

IMF 한파로 소득은 줄고 있는데 생필품 가격은 최근 한달새 서너차례씩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 가스 전기 교통 아파트관리비에다 음식비 목욕비 이발료 등
서비스요금까지 크게 오르고 있어 서민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식용류 화장지 라면 설탕 등 일부 품목들은 품귀현상까지
빚어지면서 동네마다 가게마다 "부르는게 값"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이 작용하는게 아니라 "일물다가"의 시장파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쯤되면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주부들이 현기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주부들은 시장가기가 두렵다며 "제발 물가를 잡아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고물가시대는 "이동 비용"의 상승이 선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리터당 8백42원이던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4차례나
뜀박칠 쳐 지난 9일부터 1천1백35원으로 조정됐다.

한달새 무려 34.8% 오른 것.

또 오는 15일부터 서민의 발인 버스요금이 5백원으로 인상되며
고속.시외버스 요금도 15% 인상된다.

여객선.항공요금도 인상 대기중.

아파트관리비도 주 재료비인 기름값 인상으로 평균 5만원이상 올랐으며
추가 인상도 들먹거리고 있다.

생필품의 가격 인상은 더욱 심각하다.

벌써 지난 한달새 생필품값이 최고 50%이상 치솟았다.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만하다.

특히 일부지역에선 상인들이 식용유 밀가루 라면 등 추가인상이 예상되는
물건을 내놓지 않아 품귀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쇼핑중에도 가격이 오르다는 소리는 이래서 나온다.

밀가루 설탕 간장 분유 조미료 등 전 품목에 걸쳐 물가인상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제일제당의 15kg 설탕은 지난 10일 1만4천75원에서 1만6천5백14원으로
17.3% 올랐으며 신동방의 식용유도 올들어 42.3%나 인상됐다.

대한제분 밀가루 1kg 짜리는 8백70원으로 64.1% 올랐고 대상의 조미료
(2백50g)는 1천8백40원으로 26%나 뛰었다.

이밖에 우유가격이 16% 오른 것을 비롯해 분유(13.7%), 화장지(16.5%),
간장(30%) 등이 인상러시를 주도했다.

설날을 전후해 이들 생필품 가격이 추가 인상될 것으로 가계에선
걱정하고 있다.

주부들은 정부의 소비자물가 9% 억제선이 벌써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물가대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 조재현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