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한국경제를 보는 외국의 눈은 여전히
차가운 가운데 오늘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5대그룹 회장과 만난다.

이번 만남은 박태준 자민련총재가 주중에 이들 5대그룹 회장과 갖기로
했던 개별면담을 연기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국민적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제 김 당선자는 지난달 20일 당선직후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에서
기업경영과 관련된 정책방향과 골격을 제시한바 있지만, 오늘 만남에서
위기극복에 대기업이 앞장서달라는 주문을 할게 분명하다.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는 한국의 국제 신인도제고,
외자유입과 관련돼 있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경쟁력회복에 필수적 과제다.

김 당선자는 노동계의 노.사.정위 참여를 유도하여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서도 대기업으로부터 고통분담의 가시화조치를 빨리 받아내야
할 필요성은 클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간단히 이루어지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이를 미룰수는 없는 일이고 또 그럴 수도 없다.

대기업의 상호지급보증 조기해소및 결합재무제표 조기작성을 통한 경영의
투명성제고, 업종전문화 필요성 등에 관한 논의는 현 단계에서는 의미가
없다.

지금은 그걸 실천할 스케쥴을 짤 때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이런 지경으로 후퇴하고 있는데 대한 대기업의 책임은 크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여론몰이식 비판만으로 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예컨대 상호지급보증은 따지고 보면 신용대출을 멀리하고 담보 또는
지급보증위주로 대출하는 금융관행의 산물이나 다름없다.

부패한 정치권, 무능한 정부관료, 잘못된 금융관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기업변신을 연기시키는 구실이 될수는 물론 없다.

대기업의 부실계열사정리도 쉬운 일은 아니다.

부실 계열사를 누가 인수하려 할 것인가.

어려움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있을 여유는 없다.

기업, 특히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임에 분명하지만
또한번 성장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 강한 체질개선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어떻게 줄이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느냐는 점이다.

단순히 시간벌기가 아닌 목표달성을 위한 속도조절에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김 당선자는 "재벌" 대신 "대기업"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겠다고 했다.

대기업이 한국경제를 이끄는 진정한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

세계 일류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반기업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도 앞으로는 기업의 몫이다.

국민으로 부터 사랑받는 대기업의 대변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