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12일 "지금은 경제살리기와 행정개혁, 국제신인도
제고 등의 문제 때문에 남북문제를 크게 벌여 나갈 여력이 없다"며
"남북문제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이날 낮 일산자택에서 방한중인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일행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북한은 (남북대화를) 이익이 될 때
하려고 하며, 우리가 하자고 하면 더욱 고자세가 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배석한 박지원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다.

또 김당선자는 "북한은 우리가 IMF사태에 처한 사실에 고무돼 있어 오는
3,4월께 파업이 일어나도록 노동자를 선동하고, 그런 사태가 오도록 당분간
우리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그러나 북한의 값싸고 군사훈련으로 단련된 노동력을 이용하면
남한의 기업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남북경협은 진행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김당선자는 특히 캉드쉬 총재가 13일 노동계를 접촉하는데 대해 "노동계도
상당수가 IMF의 생각을 수용하고 있다"며 노동계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캉드쉬 총재는 "예산삭감과정에서 실업보험이 강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국이 멕시코처럼 조속히 IMF체제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이날 회동에 배석한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종전의 적자규모
예산편성에 IMF가 신축적으로 변화하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고
박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캉드쉬 총재는 이날 오전 임부총리와의 회동에서 한국의 사정이
지난해 11월보다는 좋아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 외채 만기연장 등이 잘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12인경제비상대책위의 임부총리, 김용환 자민련부총재,
유종근 전북지사와 박대변인이 배석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