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뱅 '경영 패러다임 바뀐다'] (4) '확장신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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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평그룹의 초고속성장은 신원 나산 등과 함께 90년대 초반 "영웅부재
시대"의 작은 신화였다.
중소 건설회사에 불과하던 거평은 91년부터 거평식품 대동화학 대한중석
라이프유통(현 거평유통) 시그네틱스코리아(거평시그네틱스) 포스코켐
(거평제철화학) 새한종금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에는 마침내 30대그룹으로 진입해 성장비결을 담은 교과서로 변신
했다.
M&A(기업 인수.합병)로 특징되는 거평의 성장비결은 여러가지지만 특히
재원조달 방법이 독특했다.
거평은 재무상태가 양호한 기업을 인수하고 그 회사의 자금여력을 이용해
또다른 기업을 인수했다.
인수한 기업의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인수자금을 마련했고 계열사들이
이를 보증했다.
솔직히 이런 유형의 성장패턴은 비단 거평뿐만이 아니었다.
국내 대부분 그룹들의 성장과 생존방식은 이같은 연쇄 차입과 상호보증을
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담보와 계열사 지급보증을 통한 외형확장"은 기업성장신화의
"묘비명"으로 남게 됐다.
신규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기존 대출분에 대해서도
빨리 보증을 풀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공정거래법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30대그룹
은 오는 3월말까지 자기자본의 1백%를 초과하는 지급보증분을 해소해야 한다.
또 늦어도 2000년까지는 지급보증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지난해 4월 기준 30대그룹의 채무보증금액은 모두 33조1천5백억원.
자기자본총액 70조4천6백억원의 47%다.
채무보증비율이 1백%를 초과해 3월말까지 해소해야 하는 금액은 24개 그룹
80개사의 6조7천억원 수준이다.
사실 대기업그룹들은 상호지급보증해소에 대해 정부가 이렇게까지 강력히
밀어붙일 줄은 몰랐었다.
운영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굳이 기존 부채의 상환이나 지보해소를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과 관이 서로 이해하면 새로운 길이 뚫리는 시대도 아니다.
IMF와의 합의인 만큼 지켜야 한다.
기업들의 선택은 크게 보아 두가지다.
수출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 채무를 조기에 변제하는 것이 그 하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월말까지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
두번째 선택은 과감한 계열사 축소를 통한 재무구조의 개선.
한계계열사의 매각이나 그룹내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지급보증을 없애가는
것이다.
이밖에 보증대출분을 신용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 인보증 대출 등으로
바꾸거나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 등이 시도될 수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우리 기업들은 가장 경쟁력있는 계열사 한두 개를 나머지가 밀어주고
지원하는 전문그룹 체제로 개편되는 길을 걸을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미국의 GE나 듀폰 등의 케이스는 그 모델이 될수 있다.
초대형 사업부를 거느린 대형회사를 지향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각 그룹들은 핵심역량을 "선택"하고 그곳에 경영자원을 "집중"
할 수밖에 없다.
계열사 하나가 부도가 나면 지급보증을 했던 우량 계열사까지 줄줄이
부도가 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의 방침은 단호해 보인다.
오히려 당초 2000년이었던 지급보증 완전해소 시기를 99년으로 앞당기고
대상도 50대그룹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지보해소가 자금난의 와중에 너무 큰 부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패러다임은 그런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외형이 크고 계열사가 많은 대그룹보다는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대표
회사"를 갖고 있는 그룹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거평그룹과 같은 초고속성장의 신화는 구경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는 얘기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
시대"의 작은 신화였다.
중소 건설회사에 불과하던 거평은 91년부터 거평식품 대동화학 대한중석
라이프유통(현 거평유통) 시그네틱스코리아(거평시그네틱스) 포스코켐
(거평제철화학) 새한종금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에는 마침내 30대그룹으로 진입해 성장비결을 담은 교과서로 변신
했다.
M&A(기업 인수.합병)로 특징되는 거평의 성장비결은 여러가지지만 특히
재원조달 방법이 독특했다.
거평은 재무상태가 양호한 기업을 인수하고 그 회사의 자금여력을 이용해
또다른 기업을 인수했다.
인수한 기업의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인수자금을 마련했고 계열사들이
이를 보증했다.
솔직히 이런 유형의 성장패턴은 비단 거평뿐만이 아니었다.
국내 대부분 그룹들의 성장과 생존방식은 이같은 연쇄 차입과 상호보증을
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담보와 계열사 지급보증을 통한 외형확장"은 기업성장신화의
"묘비명"으로 남게 됐다.
신규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기존 대출분에 대해서도
빨리 보증을 풀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공정거래법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30대그룹
은 오는 3월말까지 자기자본의 1백%를 초과하는 지급보증분을 해소해야 한다.
또 늦어도 2000년까지는 지급보증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지난해 4월 기준 30대그룹의 채무보증금액은 모두 33조1천5백억원.
자기자본총액 70조4천6백억원의 47%다.
채무보증비율이 1백%를 초과해 3월말까지 해소해야 하는 금액은 24개 그룹
80개사의 6조7천억원 수준이다.
사실 대기업그룹들은 상호지급보증해소에 대해 정부가 이렇게까지 강력히
밀어붙일 줄은 몰랐었다.
운영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굳이 기존 부채의 상환이나 지보해소를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과 관이 서로 이해하면 새로운 길이 뚫리는 시대도 아니다.
IMF와의 합의인 만큼 지켜야 한다.
기업들의 선택은 크게 보아 두가지다.
수출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 채무를 조기에 변제하는 것이 그 하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월말까지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
두번째 선택은 과감한 계열사 축소를 통한 재무구조의 개선.
한계계열사의 매각이나 그룹내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지급보증을 없애가는
것이다.
이밖에 보증대출분을 신용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 인보증 대출 등으로
바꾸거나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 등이 시도될 수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우리 기업들은 가장 경쟁력있는 계열사 한두 개를 나머지가 밀어주고
지원하는 전문그룹 체제로 개편되는 길을 걸을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미국의 GE나 듀폰 등의 케이스는 그 모델이 될수 있다.
초대형 사업부를 거느린 대형회사를 지향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각 그룹들은 핵심역량을 "선택"하고 그곳에 경영자원을 "집중"
할 수밖에 없다.
계열사 하나가 부도가 나면 지급보증을 했던 우량 계열사까지 줄줄이
부도가 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의 방침은 단호해 보인다.
오히려 당초 2000년이었던 지급보증 완전해소 시기를 99년으로 앞당기고
대상도 50대그룹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지보해소가 자금난의 와중에 너무 큰 부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패러다임은 그런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외형이 크고 계열사가 많은 대그룹보다는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대표
회사"를 갖고 있는 그룹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거평그룹과 같은 초고속성장의 신화는 구경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는 얘기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