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통화위기가 해외근로자들의 갑작스런 귀국 러시로 이어져 아시아
각국이 또다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화벌이의 첨병 역할을 해온 이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고 귀국하는 바람에
자국 경제악화는 물론 실업증가 등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어서다.

필리핀이 대표적인 경우.

이 나라는 아시아지역내 최대 노동력 공급 국가로 해외 근로자수가
4백50만여명에 달하는 데다 그중 대부분이 말레이시아 한국 등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지역에 몰려 있다.

자연히 각국이 경제악화로 외국 근로자의 취업조건을 강화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귀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최근 3천여명의 필리핀 근로자가 귀국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에
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외국 근로자의 고용갱신을 불허, 10만여명에
달하는 필리핀인이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다.

해외 근로자들의 귀국러시로 필리핀이 당장 우려하는 부분은 외화수입
감소.

이들이 연간 벌어들인 외화만도 자국 국민총생산(GNP)의 30%에 해당하는
2백억달러 규모이다.

가장 큰 외화소득원이 없어진 셈이다.

더욱이 해외 근로자들의 대량 귀국으로 갑자기 악화된 국내 실업난도 큰
고민거리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