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어음(CP)을 부도내더라도 기업에 당좌거래정지 등 금융제재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해당어음만 부도처리하되 다른 은행의 당좌거래는 지속시키자는
정부의 당초 어음제도개선안과, 현행의 어음거래 관행을 존속시키자는 방안
등 대립되는 두갈래 의견의 절충형태여서 비상한 관심을 사고 있다.

이관우 한일은행장은 최근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제출한 "기업의 부도안정
대책"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업이 부도공포에서 벗어나 영업에 총력을
기하도록 현행 어음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행장은 어음교환소 규약을 "융통어음 부도의 경우 일률적인 제재를 하지
않게" 개정, 기업에 회생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행장은 "어음을 담보로 잡는 은행대출의 경우 어음기일이 돌아와도 교환
회부하지 않고 기일에 상환하지 못하면 연체처리를 하지 거래정지처분 등의
제재는 하지 않는다"며 "CP도 일종의 대출성격이므로 결제를 못했을 때
전면 제재하는 것은 상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행장은 현행 어음교환소 규약의 경우 교환된 어음에 대해 1회라도 결제
자금이 부족할 땐 부도제재를 하게 돼있어 불가피하게 기업을 도산에 이르게
하고 있다며, 이로인해 부도기업은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고 금융기관은
부실채권 증가로 경영이 부실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홍콩 유럽 중국등 세계각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어음교환회부를
통해 CP를 회수하는 제도가 없고 부도시에 전 금융기관이 모두 제재하는
협약도 없다고 이행장은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부도CP 미제재에 대한 종금사측의 반론이 있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서도 재반박 논리를 폈다.

융통어음 부도를 제재하지 않으면 CP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이행장은 은행에서 종금사로부터 매입한 CP를
현재 계속 회전해 주고 있으며 은행도 CP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돼 CP를
인수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도CP를 제재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결제를 하지 않은 경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부도제재를 않더라도 부도기록은 계속 남아 있어
신용도 추락을 야기할 것이므로 기업들이 결제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