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환위기로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대기업들이 하청업체에게
로컬 L/C(수출신용장)를 개설해 주지 않거나 납품단가를 일률적으로 인하
하는 등 각종 불공정거래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공문을
보내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자율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 및 유관단체 등을 통해 중소기업
애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수출업체의 경우 하도급법에 따라 의무화돼
있는 로컬 LC 개설을 거부, 3개월 또는 6개월짜리 어음결제로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하청업체들은 무역금융이나 무역환어음 할인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혀 있으며 로컬 LC를 개설해 주더라도 하도금대금 지급시점이 아니라
개설당시의 환율로 계산, 사실상 하도급대금을 인하사례도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역업체로부터 재주문을 받아 수출한 경우 수출대금을 1~3개월이
지난후에 지급하거나 하도급법상 금지돼 있는 납품가의 일률적인 인하
요구행위도 급증하고 있다.

공정위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하청업체 등 거래 중소기업들에게 경영난을 전가시키는 불공정 사례가 급증
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직권조사를 거쳐 위법사실이 적발되면 과징금 부과,
검찰고발 등으로 강력히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