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동남아 금융위기의 파장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위기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던 홍콩과 중국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지역 등에도 위기가 번지고 있다.

이에따라 해당국가들은 물론 유럽국가들까지 위기의 여파가 자국에 미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홍콩 등 다른 아시아국가외에 러시아
브라질이 유력한 대상국가로 주목받고 있으며 폴란드 인도 파키스탄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네수웰라 그리스 등도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12일자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들 국가는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이며
일부국가는 경상적자가 위험수위를 지속하고 있어 국제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

당국의 적극적인 ''집안단속''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동남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융위기가 중국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단기차익을 노린 국제핫머니가 홍콩을 뒤흔들고 중국당국이 이를 막기위해
달러화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금융시장마저 페이스를 잃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탓이다.

특히 ''페레그린증권 파산''의 충격은 이같은 시나리오를 더욱 설득력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최근 2~3개월 사이에 벌어진 중국내 암달러환율의 변화도 중국금융변화의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내 은행에서 달러화에 대한 인민폐 환율은 지속적으로 평가절상되고
있는데 반해 암달러시장에선 평가절하되고 있는 기현상이 그것이다.

지난해 12월초까지 인민폐의 정상환율(달러당 8.27위앤)과 암달러환율
(8.28위앤)간에 별 차이가 없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암달러시장에서 낮게는
8.4위앤에서 높게는 9.0위앤까지 치솟고 있다.

동남아 각국의 대중투자 감소도 중국의 경제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일부 외국투자가들은 동남아 국가의 금융위기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
기업의 대중투자가 크게 위축돼 인민폐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 중남미 ]]

이미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시아위기가 터진 지난 7월이후 브라질 주가는 26%, 아르헨티나는 21%,
칠레는 24% 떨어졌다.

위기증폭의 관건은 브라질통화의 달러화에 대한 페그(연동)제의 포기인데
분석가들은 시기만 남았다고 점치고 있다.

브라질은 이자율을 올리고 국영기업민영화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외국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환율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투자자들은 중남미를 "한 블록"으로 생각하고 있어 브라질의 위기는
곧바로 중남미로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 중동 ]]

이스라엘 이집트 등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한 아시아 국가들이 계획된
무기도입을 축소해 군수품 수출이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텔아비브 증시에서는 이들의 주식이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카이로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의 메다트 하사네인 교수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대책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알리 네겜 이집트 중앙은행 전총재도 "과도한 해외차입을 막기위해
외국인의 국내투자 지분을 25% 이하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아프리카 ]]

이 지역 최대 경제강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정부의 외환보유고에 비해
단기외채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외환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월스트
리트저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란드화환율은 12일 한때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4.993란드로 떨어졌으며
요하네스버그 증시의 주가지수도 이에 동반해 6.6%라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남아공이 위기를 맞으면 주변국가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유럽 ]]

홍콩 최대 금융회사인 페레그린 증권회사의 파산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주가는 12일 3.45% 폭락하는 등 유럽도 위기의식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아시아 위기는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유럽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경고한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연두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의 위기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심각하다"고 표현하면서 "유럽의 경제성장에는
분명히 영향이 미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범위를 파악하기가 이르다"고
답변했다.

< 베이징.뉴욕 = 김영근.이학영 특파원, 서울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