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에 대한 미국의 구제금융지원이 타당한지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대립하면서 여론을 유리하게 끌어들이기 위한 대대적인
"홍보전"에 돌입했다.

미국 의회 개원이 오는 26일로 임박하면서 의회지도부는 빌 클린턴행정부의
지원정책에서 문제점을 파내기위해 혈안이 됐다.

이에대해 클린턴측 각료들은 언론이나 세미나를 통해 틈만나면 아시아에
대한 금융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의회의 공격에 대비한
사전정지작업을 펴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 95년1월 멕시코의 금융위기때 클린턴대통령이 시도했던
구제금융지원안을 좌절시켰다.

클린턴행정부는 미국 납세자의 돈(예산)을 외국경제(멕시코) 구제에
전용할 수 없다는 의회의 반대에 직면, 의회승인이 필요없는 연방정부 환율
안정기금을 활용해 지원금을 마련했다.

이같은 시행착오에 따라 이번에 미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예정분
50억달러와 인도네시아분 30억달러 등을 환율안정기금에서 충당할 예정이다.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의회쪽은 국민 여론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몰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알폰스 다마토의원(공화)는 TV대담때마다 "청문회가
필요하다"가 밝히고 있다.

하원운영위의 빌 아처위원장(공화)도 의회차원에서 아시아에 대한 미국
자금지원이 타당한지를 전면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하원의원같은 극단론자는 새 법을 제정해 행정부의
환율안정기금 사용도 의회사전승인사항으로 통제해야 한다며 필요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대응도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의회의
비판론이 미국 여론에 쉽게 흡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클린턴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이 12일 "아시아경제를 위한 금융지원이 미국민들에게 큰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클린턴대통령도 같은날 아시아경제 안정이 미국의 중대한 정책 과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안보를 위해서도 아시아경제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최근 "앞으로 아시아와 미국은 경제적
공조가 더 절실할 것"이라며 미국의 외교정책 기조마저 바뀌고 있음을
시사했다.

의회와 행정부가운데 어느쪽이 미국 여론에 잘 먹혀들지에 따라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이른바 "IMF 경제국"의 희비가 교차할 수 있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