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3일 4대그룹 총수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기업구조
조정과 관련한 5개항에 합의한 것은 김당선자의 경제철학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대통령당선자가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회장들과 구조조정 등 경제계 핵심
문제들에 대한 기본합의문을 도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촉"이 있었긴 하지만 김당선자의
평소 구상이 실천단계에 왔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당선자와 대기업총수들이 대기업정책과 관련한 기본틀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IMF시대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그룹이 고통분담에
솔선수범하겠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IMF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IMF 협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 주고 근로자를 포함한 국민들에게도 정부와 대기업의 고통분담 의지를
강력히 드러냄으로써 사회적인 공감대를 모아 보려는 것으로 볼수 있다.

김당선자와 대기업 총수들이 합의문 전문에 "IMF시대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기구축소와 예산삭감을 통해 정부의 효율성 제고에 앞장서고
있고 근로자들에게도 고통분담을 요청하고 있다"며 "우리들은 이같은 위기가
초래된데 대해 그 책임을 통감, 겸허한 자세로 투명한 기업풍토조성과
기업인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데서도 이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당선자는 그동안 줄곧 민주시장경제체속에서 대기업의 자율적인 기업
활동 보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김당선자가 재계대표들과 직접 만나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제 해소 <>재무구조의 개선 <>핵심사업 설정 <>경영진의
책임강화 등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대기업개혁작업에 직접 "개입"한 셈이 됐다.

김당선자가 이같은 "강경책"을 택한 것은 외환위기 등 경제난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 언제든지 "국가부도" 사태에 이를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기를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직접 "담판"을 짓는
보다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이는 국제신인도 제고를 통한 외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당선자가
가장 신속하고 정확한 "정공법"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당선자는 이날 대기업총수들과의 합의문을 통해 대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기본틀을 모두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IMF 위기극복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김당선자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 왔던 대기업개혁정책을 실천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도 볼 수
있다.

김당선자는 관치금융 탈피를 선언하고 <>시장경제 원리 <>경제개혁 <>국제
경쟁력 제고 등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더 이상의 "선단식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음을 경고했다.

김당선자는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15일부터 열릴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금융산업구조조정법 등 관련개혁 입법처리의 여건을 조성하고 정리해고
도입 등에 따른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IMF시대의 경제위기
를 극복하는 한편 개발독재시대의 불가피한 대기업위주 정책을 손질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공생하는 "대중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