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정몽헌 부회장을 그룹회장으로 승진시켜 그룹의 대외업무를
총괄토록 하는 그룹경영의 "쌍두마차 체제"를 구축한 것은 "IMF시대 살아
남기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몽헌 신임회장은 수출은 물론 해외건설 해외투자등 그룹의 해외업무를
총괄하면서 해외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정몽구회장과 더불어
그룹을 이끌게 된다.

현대그룹은 이같은 "2회장 체제"의 구축을 위해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몽구
회장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으며 이날 오후 늦게 박세용 그룹종합
기획실장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난 3일 그룹사장단회의에 직접 참석해 수출을 직접
독려했을 때부터 "쌍두마차 체제"를 구상해 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그룹총괄회장 외에 수출전담회장을 새롭게 두게 된 것은 IMF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그룹 경영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견디기 어려운 내부 구조조정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반면 수출로
국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대기업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단일
회장체제로는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몽구회장에겐 그룹살림과 함께 구조조정의 역할을 맡겨 내부를
다지게 하고 정몽헌회장은 수출에 주력토록해 그룹의 "생존"과 "성장"의
역할을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파악된다.

이미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15일 사장단회의를 열어 일찌감치 수출총력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올해 상품수출 건설 해외운임 등 외화수지규모를
지난해보다 48.6% 늘어난 1백21억6천만달러로 확정했었다.

특히 수출총력체제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각사별 수출대책팀을 구성하고
그룹 종합기획실에 수출점검반을 둬 회장이 그룹의 수출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매월 열리는 사장단회의 외에 수출주력 23개 계열사사장이 참석하는
수출확대전략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수출증대를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
왔다.

따라서 회장이 맡아야할 수출업무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더욱 중요할
수도 있는 내부 구조조정에 소홀하게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수출총력체제하
의 전담회장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몽헌회장은 앞으로 수출확대전략회의를 주도하는 등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우는"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정몽헌회장이 해외사업전담회장을 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그가
대부분 "외화벌이 계열사"의 경영을 직접 맡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종합상사를 비롯해 현대전자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의 주요
수출기업이 정몽헌회장체제의 기업들이다.

또한 정몽헌회장은 지난 75년 현대그룹에 입사한 이후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 해외업무가 대부분인 기업에서 경영수업을 받아 이 분야에
뛰어난 견문을 갖고 있으며 영어실력도 뛰어나 해외현장을 직접 뛰어
다니는데 적격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계열사별로는 현재 정몽구회장이 현대정공 현대자동차써비스
현대산업개발 인천제철 현대강관 현대우주항공의 회장을, 정몽헌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종합상사 현대상선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정보기술
금강기획 현대유니콘스 등의 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정몽헌 신임회장은 보성고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 연세대 경영대학원
에서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페어리 디킨슨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