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지난해말 부산시에 수영만정보단지 사업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경쟁사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밀어붙인지 4년만에, 정식으로
수영정보단지개발주식회사를 설립한지 1년만에 발을 뺀 것이다.

SK가 이 사업을 그만 둔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영향이 크다.

금융외환위기에 따라 국내외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의 확장을 위한 신증설 투자도 어려운 판에 굳이 무리하게
대단위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인 정보단지 개발에 메달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국내 5위 그룹인 SK는 IMF의 매서운 한파를 이겨내는 해법을 투자를
최소화하고 기존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내실경영"에서 찾고 있다.

경영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될 때까지는 "밖"을 공략하기 보다는 "안"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인력재배치 등을 통한 조직 재정비, 공격적인 마케팅 등이
그 실천방안이다.

<>내실있는 경영

SK는 지난해 10월 30대그룹 가운데 제일 먼저 98년 사업계획을 확정,
발표했었다.

매출과 투자 목표는 각각 55조원, 5조원이었다.

SK는 지금 이 계획의 전면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투자다.

이 그룹 경영기획실은 투자계획을 축소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이달말까지 투자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생존을 위한 투자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 <>불급한 투자 등으로
나눠 "생존을 위한 투자"는 반드시 집행하되 나머지는 뒤로 미룬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장기투자도 중단 내지 유보키로 했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적은 한계사업과 만성적자사업은 완전히 정리키로
하고 이 리스트도 이달말까지 작성키로 했다.

무수익 및 저수익 자산을 처분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용도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동산이나 수익가치가 낮은 유가증권,
골프회원권 등은 무조건 팔고 있다.

사실 SK의 재무구조가 내실을 키워드로 개혁작업을 벌일 정도로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룹전체의 부채규모가 자기자본의 3백%가 채못되고 상호지급보증규모도
자기자본의 1백%를 넘는 것은 7백2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룹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및 조직의 재정비

내실경영은 재무구조개선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력과 조직등 사내 인프라의 개혁이 뒷따라야 한다.

SK는 이미 지난해 흥국상사 등 석유류 판매 계열사 7개를 통합해
SK에너지판매를 출범시키는 등 계열사 정비작업에 착수했다.

또 각 계열사마다 유사, 중복기능의 조직을 통폐합하고 간접인력의 20%를
영업부서 등으로 전환배치하는 등 조직합리화작업도 벌이고 있다.

인적자원 부문에서는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확산시키기로 하고 올해부터
부장급이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키로 했다.

또 과장 차장 등에 대해서도 업적과 능력 요소를 강화한 차등고과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격적인 마케팅

최종현 SK그룹회장은 지난 5일 열린 신CI(기업이미지통합)선포식에서
"SK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고객의 신뢰를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확고하게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했다.

에너지(SK주식회사) 정보통신(SK텔레콤)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선택"하고 새로운 사명을 갖게 된 만큼 시장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확고히 하라는 지시였다.

기존 1위에 만족하다간 언제 뺐길 지 모르는 완전개방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