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에 대한 평가가 잘못됐다고 자인하고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가 신용평가작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국제
평가기관들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국제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재평가하기위한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판이 제기돼 주목된다.

무디스 및 스탠더드 푸어스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손꼽히는
IBCA는 한국에 대한 최근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무리가 있었다는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이 영국계 신용평가기관은 자기반성 형식으로 기술된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분명히 과오를 범했다"며 "고객(한국 등 아시아국)은 보다 정당한
평가업무를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혀 앞으로 국가신용평가에 보다 신중
하게 접근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관련, IBCA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그동안 전체 부채위험도는 과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기부채 비중이 높은 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작년 10월말께부터 동시다발적으로 한국에 대한
신용도 하향조정에 들어간이후 2개월정도의 단기간에 기관별로 6~12등급을
떨어뜨려 한국신용도를 정크본드(투기성이 짙은 채권)수준으로 만들었다.

이같은 하향조정에 대해 13일 OECD는 평가기관들이 채권자들에게 국가
신인도에 대한 사전 경고를 하지 못한데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등급을
급속도로 낮추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동아시아국의 위기를 한층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OECD의 헬무트 라이젠 조사국장은 "문제가 발생한후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평가기관의 자료에 의존하는 국제투자가들이 앞다투어 자본을
회수함으로써 위기가 더 확산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라이젠국장은 또 신용평가기관들의 평가작업이 일반적으로 공개된 자료에
기초할 수 밖에 없어 평가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도 13일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다소 지나친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의 최근 금융위기와 관련해 국제 신용
평가의 문제점이 노출됨에 따라 동아시아에 대한 국제금융기관들의 투자
기피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