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15일 국회에서 단독의원총회를 개최, 집권여당으로서의
체질개선 문제 등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박상천 원내총무는 "자민련과 합동의총만 주로 해 우리끼리는 오랜만에
만난다"며 "대선승리이후 진짜로 털어놓고 할 얘기가 있으면 해보자"고
경과보고후 문을 걸어잠근채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서 의원들은 대선이후 당의 소외를 개탄하며 인수위 등 임시기구와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조홍규 의원은 "정권인수위가 외곽을 훑고 있다. 실질적으로 인수해야 할
일은 않고 천천히 해도 될 일들을 하고 있다"고 인수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균환 의원은 "선거과정에서는 의원들과 당을 중심으로 공약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 마지막 결정단계에서 의원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용 의원처럼 "인수위에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의원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채영석 의원은 "할 일을 몰라 의원회관에서 자리만 지키는 의원들이 많다"
고 말하기도 했다.

현정부을 비판하는 야당의원식 발언도 적지않았다.

조홍규 의원은 "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안기부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를
당선자라고도 하지 않고 김대중이라고 한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고건 총리와 임창열 경제부총리의 책임을 진작에 물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그들로부터 사과를 듣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호 의원은 "재경원이 협의도 없이 세법을 고쳐 5조원의 추가세수를
부담시키겠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앞으로 다가온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걱정하며 "재경원은 경제를 망친
주범으로 김당선자를 도울 의사가 없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선거를 앞두고 자민련과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원들
입을 통해 확인됐다.

이기문 의원은 "5월7일로 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왔다"며 "그런데
자민련측 후보들과 국민회의 후보들간에 벌써부터 심각한 갈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용 의원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자민련이고, 의무만 있는 국민회의는
상실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과정에서 비대해진 당지도부 개편문제도 거론됐다.

조홍규 의원은 "17명의 부총재를 어떻게 모시나" "당무위원이 1백명이
넘는 정당이 세계에 어디에 있는가"라고 "정리해고"를 주장했고, 정희경
의원은 "부총재 17명을 그대로 놔둬선 안된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발언이 끝난뒤 박총무는 "우리는 소수다"라고 전제한뒤 "야당
시절 눈물겹고 용기있는 투쟁을 했듯이 여당을 각개격파식으로 설득해 달라"
고 당부하며 회의를 끝냈다.

한편 이날 의총에는 김당선자 장남인 김홍일 의원이 뒷편에 자리잡고 앉아
아무말없이 회의를 지켜봤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