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명운을 걸고 내일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외채협상단의 임무는
막중하다.

거액의 단기외채를 중장기외채로 바꿔 국가부도사태를 막아야 함은 물론
채권은행단으로 부터 가능한한 낮은 금리와 유리한 상환조건을 유도해내야
하는데 협상에 나서는 우리의 처지가 워낙 다급해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으리
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지만 외채구조의 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외환위기가 재발할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는 21일 시작되는 이번 협상에서 냉정한 판단과 끈질긴 설득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협상에서 쟁점사항은 두가지다.

하나는 민간외채의 만기구조를 단기에서 중장기로 전환하는데 한국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하느냐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외채연장 조건이다.

지금까지 얘기된 방안은 국채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민간외채를 갚는
방안과 민간외채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민간채무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거나 국채로
차환발행하는 것은 자칫 국가부도사태를 불러올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다.

다만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대외채무 불이행사태를 방치할 경우
국민경제에 큰 혼란을 불러올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선별적인
정부지급보증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또한 한국은행이 외국의 중앙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80억달러에 대해
정부지급보증을 서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또 한가지는 외채연장에 동의해주는 대신 채권은행단이 요구하는 조건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만기를 1년 3년 5년 10년 20년 등으로 다양화하고 금리를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로 현재 5.7~5.9%)에 5~6%의 가산금리를 물린다는 조건은 비록 위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외환위기 전의 차입조건인 리보에 0.5~0.7%를 가산하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지나치다는 인상을 준다.

따라서"콜옵션"을 허용하는 대신 채권은행 역시 조기상환을 요구할수
있는 "풋옵션"을 허용하고 초기금리를 높이는 대신 전반적인 금리수준을
낮추는 등 협상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할때도 민간기관의 신용도나 자구계획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부과하는 등의 대응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의 양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S&P가 빠르면 다음주
후반에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이 기대되는 만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외환평형채나 산업은행채권을 발행해 외화자금을 조달할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채권은행단의 책임도 없지 않으며 이밖에 유럽계 관련
은행들의 신용등급하락 등을 고려할때 우리에게도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정리해고제 조기도입, 대기업의 재무구조개선, 정부조직개편 등 우리의
과감한 구조조정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