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서울증시는 총 12일 열렸다.

이중 이틀만 빼고 모두 상승했다.

지난 연말대비 30% 올랐다.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언론들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이 모라토리엄(지불유예)까지 몰릴 것이라던 지난해 말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한국흠집내기의 선봉에 섰던 뉴욕타임스지는 "한국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밝다"고 보도했고 파이낸셜 타임스지도 "한국이 수출 및 투자분야에서 최고
여건을 갖춘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낙관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도처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최대 변수는 노동시장개혁과 대기업개혁이다.

이 쌍둥이 개혁의 성공여부가 경제회복을 좌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한국행과도 맞물려있다.

먼저 고용조정(정리해고)으로 상징되는 노동시장개혁에 대한 우려.

15일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지는 "IMF체제하에 놓인 한국이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개혁은 큰 골치거리로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아시아금융위기 분석기사에서 본격 논의될 고용
조정문제가 순조롭게 풀려야지 한국이 진정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동안 한국의 잦은 노사분규를 경험해온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 고용조정문제로 노동계가 심한 반발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방한한 미셸 캉드쉬 IMF총재도 고용조정문제는 최우선적으로 해결
돼야 할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짧은 방한일정에도 불구하고 캉드쉬 총재는 노조설득을 위해 직접 대화에
나서기까지 했다.

어렵게 구성된 노.사.정위원회가 빠른 시일내 해결책을 찾지 못해 대규모
파업 등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경제호는 또다시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개혁에도 곱지않은 시선이 있는게 사실이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대기업의 개혁노력과 관련 다소
부정적인 분석기사를 실었다.

이 주간지는 "주춤거리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직도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최악의 위기만 넘기면 이들은 언제든지
옛날 방식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 스탠퍼드대학 부설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소장인 헨리 로웬교수도
금융산업을 비롯한 전체산업의 구조개편 지연 가능성을 최대 악재로 꼽았다.

IMF개혁프로그램 자체가 위기탈출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IMF의 천편일률적인 처방책인 재정긴축과
고금리정책 등이 한국의 경제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IMF의 초긴축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오히려 부도기업이 속출, 필요
이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조세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IMF는 해외채권자들의 갑작스런 대출금회수로 초래된 민간부문의 위기를
다루는데 익숙치 않아 금융공황을 더욱 악화시켰다"(제프리 삭스 미 하버드
대 교수)는 등의 지적이다.

이런 국제적인 비판여론때문인지 아니면 자체 판단에서였는지 분명치
않으나 최근 IMF는 한국정부와 협의를 거쳐 경제성장률, 총통화증가 등
거시경제지표를 일부 조정했다.

덕분에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간접효과를 거뒀다.

사안에 따라 IMF와 긴밀하게 협조, 프로그램을 재조정해나가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최근 외국언론들의 낙관적인 보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산들을 넘지 못할 경우 외국언론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언제든지 또다시
비관일색으로 돌변할 수 있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