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외제차들 사지 말자거나 외국산 담배는 사지도 피지도 말자는 피켓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유형의 시위나 캠페인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다.
국내언론이 별로 다루지 않는데 반해 한국에 상주하는 서방기자들이 시위가
있을 때마다 전파를 통해 즉각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15일자에 "양담배는 사지도 말고 피지도 말자"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1주일전에는 한 백화점 외제품코너에 손님이 하나도 없는 사진을 설명을
겉들여 다뤘다.
영국 BBC방송은 얼마전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외제차들이
송곳같은 것으로 곳곳이 긁혀져 있는 장면을 보여 주면서 한국인들 사이에
외국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런 캠페인은 아무 잘못도 없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허리띠를 졸라
매고 살아야 하는 일반국민들의 울분을 대변하는 측면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곰곰히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은 세계11위의 경제대국암에도 불구,아시아국가중에서도 "외국인(외국
상품) 혐오증"이 유별나게 강한 나라로 낙인찍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제불매운동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오히려
부채질할 뿐이다.
"저런 나라에 뭐하러 대출금을 연장해 주느냐"는 반감만 불러 일으켜 외환
위기 극복에도 악영향을 끼칠게 자명하다.
글로벌화시대에선 우리가 수출한만큼 수입도 어느정도는 해야 한다.
우리는 매년 1백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수입은 1만대 수준인 상황에서
선진국과의 자동차협상을 우리 의도대로 끌고 갈수는 없다.
국민 개개인으로서도 수입품이 국산품에 비해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우수
하다면 수입품을 사 쓰는게 이로운 것이다.
IMF 한파로 인해 생겨난 울분은 지금처럼 집단행동으로 할게 아니라
마음속으로 삭이고 조용히 그리고 개개인이 실천에 옮기면 된다.
환율요인으로 인해 국민들은 어차피 외국산 제품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데도
굳이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
국민들의 슬기로운 지혜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다.
이성구 < 런던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