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는 최근 "한국 금융위기 백서"를 발간, 한국은 북한과 직접 대치
하고 있는 미국의 우방국가이면서 주요 산업부문에서 미국과 맞닥뜨리고
있는 경쟁국가라는 점에서 미국 의회에 정책상의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는 지난 연말 조사국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
보고서를 펴내고 "한국이 파국을 맞지 않도록 지원은 하되 현 상황을 이용해
한국 정부가 자동차 시장 등 미국의 관심 분야에 대한 개방을 지연시키지
못하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백서는 미 상하 양원이 오는 26일 정기 의사일정 개회를 앞두고 펴냈다
는 점에서 주목된다.

본사가 단독 입수한 미 의회 백서의 간추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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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불과 몇달새 통화가치가 절반으로 내려앉는 등 심각한 금융위기에
빠져 있다.

이같은 한국 경제상황은 미국에 정책상의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우선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는 수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의 경제적 안정과 번영은 미국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패키지의 일환으로 한국에 5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반면 많은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수 및 제3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은 한국에 대한 시장 접근이 어렵고 한국측이 불공정한
관행을 고수하고 있는 점에 불만을 터뜨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위기 상황 타개에만 집중하며,
중요한 무역 및 시장 접근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회는 몇가지 관점에서 한국의 금융위기에 주목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IMF와 기타 국제금융기구의 대한 금융지원에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한국의 위기가 아시아 전반의 금융위기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세째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한국 상품의 대미 수출가격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네째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한국측이 거부해온 시장 개방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는 다음 세가지의 폭넓은 입법적 관점에서 한국
금융위기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IMF의 개입 정도에 관한 문제다.

이는 IMF의 기금 증액 문제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둘째 한국의 금융위기가 미국 경제 및 금융기관들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인가 하는 측면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셋째는 무역 및 투자 자유화 문제다.

특히 한국 정부가 현재의 금융위기를 자동차 등 분야의 시장개방을 지연
시키는 구실로 이용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