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개편 어떻게'' ]]]

내달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재편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위원회가 15일 정부부처를 16개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 시안을 마련, 발표한데 이어 16일에는 이 안을 토대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은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 등 주요 경제부처의
대폭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어 소위 IMF시대로 일컬어지는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 어떤 결론을 끌어낼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대한상의와 함께 지난 15일 낮 12시부터 2시간동안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정부조직축소''를 주제로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지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효성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서는 황성현 한국
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정부조직개편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고,
박중훈 한국행정연구원 부장, 김석준 이화여대교수, 이석연 변호사, 신영섭
본사 논설위원이 토론에 참석했다.

발언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

<>사회 (김효성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발제내용은 대체로 소비자
중심적인 정부기능 재정립을 대전제로 정부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또 고위직 공무원의 계약제도입, 고시제도폐지, 순환보직제도 개선 등
공무원인사제도 개편에도 상당한 비중을 둔 것 같습니다.

먼저 김석준 교수께서 발표내용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시지요.

<>김석준 교수 =정부조직 개편에서는 민간주도 경제체제의
확립과 국가경쟁력의 제고가 첫번째로 강조 되어야 합니다.

다음은 공공부문 자체의 관리혁신, 그리고 효율적인 민영화가 이뤄져야
하며 세번째로는 민주화 지방자치화와 더불어 민주제도의 정착 내실화,
그리고 국가의 최고정책결정 역량과 조정력을 제고한다는 원칙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이 강조하고 있는 효율성의 원리와 민주화의 원리를 적절히 조화하는
슬기가 발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현재 무엇보다 당면과제는 경제위기를 어떻게 벗어나느냐 하는
것입이다.

신영섭 논설위원께서 경제부처 개편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신영섭 위원 =정부의 기능은 국방 외교 치안 환경 사회복지 등 민간에서
할 수 없는 공공재 공급에만 국한되야 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위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선 경제부처기능은 예산 세제 통상 외교 등 정책 수립에
한하고 집행기능은 민간에 이양해야 합니다.

철도 항만 도로 체신 도로 항만 토지 주택 등 정부유관기관들은 원칙적으로
민영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로 각종 정부산하 단체 협회 조합 공사 기금 연구기관도 대대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정책조정기능중 정책의 입안과 실행은 일반 국민의 생활현장에
가까운 지자체로 이양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네번째로 지방행정단계를 과감히 단축해야 합니다.

현재는 광역 시.군.구 읍.면.동 3단계로 돼있는데 읍.면.동은
폐지되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도 없어지고 시.군.구
한단계만 있으면 됩니다.

다섯번째 모든 행정조직을 목표지향적인 조직으로 바꾸고 그 성과에 따라
행정조직의 개폐가 이루어져야 하며 정책목표에 충실하지 못한 부처는
더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섯번째 이같은 행정기능을 배분하고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은 모든 행정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황성현박사 발제 내용중 중에서 공무원 채용제도나 고시제도의
문제, 순환보직 문제 등에 대해 박중훈 부장께서 말씀해주시지요.

<>박중훈 부장 =문민정부에서는 작은정부를 추진했지만 문민정부의 조직
개편이 비난 받은 까닭은 인력감축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인력에 대한 조정없는 정부조직 축소는 의미가 없습니다.

공무원 인력을 논의할때 우리는 너무 외형 규모 하나만 같고 접근합니다.

지난 94년 부처 통폐합때도 실제 자리만 바뀌었을뿐 사람은 줄지
않았습니다.

소위 파견 교육 등으로 인공위성처럼 할 일없는 공무원들이 많은데도
수요가 부족한 부분에서는 공무원이 증원됐습니다.

그래서 문민정부하에서도 총 공무원 수는 늘어났어요.

이런면에서 볼 때 우리의 공무원정원관리는 확실히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농업인구는 상당히 축소됐는데 관련 공무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공무원 정원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규모외에 산하단체 관변단체도 문제입니다.

정원관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야 해요.

즉 산하단체와 국가직 지방직 공무원 등을 모두 포함해 공공분야 인력
규모가 어떻게 바뀌는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나라가 어려우니 올해 공무원 정원은 동결한다"는 식의 관리를 할께
아니라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꾸준히 체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해요.

<>사회 =이석연 변호사님은 최근 국회의원의 세비인상과 보좌관 늘리는
것이 국민의 재산권 침해라고 헌법소원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입법부의
조직개편 부분에 대한 말씀을 좀 해주시지요.

또 최근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직업공무원 제도상의 공무원 신분보장
규정과 직업공무원제도와 법상 상충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견해를 주셨으면
합니다.

<>이석연 변호사 =정부조직 개편은 거시적으로 접근해야합니다.

광의의 정부에는 입법 사법 행정부가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을 행정부에 국한하는 것은 너무 편협한 생각이지요.

정치권은 오늘의 국난에 상당한 책임이 있습니다.

국회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고 행정부조직을 개편하려면 먼저 스스로
권한과 지위를 축소하는 과감한 자기 개혁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국회의원수를 적어도 2백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자치단체장 선거에 나가기위해 의원직 사퇴기한을 줄이는 일은 공개적인
논의도 없이 즉석에서 처리했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의 숫자 줄이기부터
솔선해야 합니다.

정부조직을 축소하는 것은 공무원 신분보장과 관련해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이다.

공무원 신분보장을 제도보장이며 현행법상으로도 조직통폐합으로 해직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근로자의 노동3권은 공무원의 신분보장보다도 강한 기본권으로 보장돼
있지만 근로자도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세상에 공무원 수의 감축이 안된다는
것은 헌법상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됩니다.

공무원에 대해서도 과감한 정리해고가 필요합니다.

현 공무원조직의 3분의 1을 줄여도 전혀 지장이 없으며 30~40%까지
감축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또 공직에 자유시장경쟁 원리를 과감히 도입해 투자기관이나 재투자기관은
과감히 민영화해야 합니다.

적어도 정부조직뿐 아니라 인원도 올해안에 10%는 줄여야 하며 그래야
민간부문 정리해고제 도입에 대해서도 정부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회 =잘 들었습니다.

황성현 박사께서 토론내용에 대해 말씀 하시지요.

<>황성현 연구위원 =조직개편에는 여러안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규모 조정이 얼마나 되느냐하는 것입니다.

인력규모 감축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절감된 예산을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으로 효율적으로 써야만 합니다.

우리의 공무원 인력규모를 선진국과 비교해 많지 않다고 하는 것은 실패한
외국사례를 본받자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사회 =정부조직개편심의위의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는데 이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 주지요.

<>김석준 교수 =기존 재경원부터 예산기능을 어떻게 떼어낼 것인가에 대해
현재 세가지 안이 나왔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실로 가는 것을
지지합니다.

국가의 최고정책결정 역량의 제고, 조정비용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사령부에 해당하는 대통령실에 예산기능을 두어야 합니다.

또 예산실에서 기존 정부개혁관련, 규제개혁 관련 업무를 함께 가져가
정부조직개편보다 더 중요한 규제혁파를 예산기능과 연계해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교통상조직은 현실적으로 통상부 외무부 전문인력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면 어느안이든 상관없으나 다만 초대 장관은 전통 외교관출신아닌
통상전문가를 기존 관료 또는 민간인중에서 임명해야 합니다.

또 미국 일본 등 주요대사들도 이런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순히 통상기능이 외무부에 흡수되면 통상전문가 양성이 어렵습니다.

정보통신 관련 부처는 총리실 수준에 정보화위원회 두고 여기서 예산 결정
배정기능 맡도록하고 집행업무는 정보통신부하고 산업부 또는 산업경제부서
집행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박중훈 부장 =정부의 조직개편안의 강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다
기능이나 인력 조정보다는 부처를 부총리급으로 하느냐 장관급으로 하느냐
등 외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작은정부에 대한 여망을 반영하기 위해서도 내무부나 재정경제원
등 핵심부처에 대한 근본적인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신영섭 위원 =입법부 조직개편과 관련, 국회회기를 늘리고 상임위원회도
연중 무휴로 열려야하며 감사원은 입법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법부의 전문화를 위해 민간과의 인사교류 활성화가 정말 시급합니다.

행정부의 개혁은 대대적 통폐합이외에 견제와 균형을 강화해야 합니다.

예산기능은 청와대에 두되 세부적인 예산항목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은
각 부처에 주어야 합니다.

통상조직은 선진국과의 협상 등을 감안할 때 외무부와 합치는게 낫다고
봅니다.

해양수산부의 해체는 대부분 찬성하며 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통합되면
특히 4대 사회보험, 즉 산재 고용 국민 의료보험의 업무가 통합돼 효율적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석연 변호사 =3월이면 특허법원이 생깁니다.

따라서 우리도 기술법관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합니다.

파산법원 등 전문분야의 인력 선발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며 사법부가
너무 기득권에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외무부는 통상기능까지 맡아 외교통상부로
하고 예산실은 대통령직속에 두며 통상산업부는 해체해 산업기술부로
재편하는 안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사회 =저 개인적으로는 예산실을 총리실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며 통상산업부를 중심으로 통상대표부를 신설했으면 합니다.

아무튼 이번 정부의 조직개편 시안이 당초보다 개혁의지가 퇴색됐다는데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짜깁기 식이 아닌 국가 경쟁력
강화와 효율적인 정부구현을 위한 조직개편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 정리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