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여행용 고급가방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염경수 사장(50).

그는 외국인이 기업하기가 힘들기로 "악명"높은 프랑스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한국인으로 손꼽힌다.

"엘리트"란 자체브랜드가 이미 프랑스내 고가품 가방시장에서 세계적
브랜드인 샘소나이트 델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현재 프랑스 전역 1백여개의 고급 가방 전문매장에 "엘리트"를 공급하고
있다.

96년 한해만해도 3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염사장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80년.

당시 2만프랑(당시 한화로 2백60만원)으로 파리시내 30평짜리 지하실에
엘리트 배기지사를 세웠다.

한국 중견기업의 유럽 주재원으로 근무중이던 당시 한국으로부터 가방을
수입한 중개상이 갑작스럽게 망하게되자 이 영업조직을 인수해 직접 판매에
나섰던 것이 계기가 됐다.

르아브르항 세관에 묶여있던 제품을 인수한 그는 그 즉시 자동차에 물품을
싣고 프랑스 전역의 가방전문점을 방문하며 영업활동에 나섰다.

불어가 유창한 부인은 파리에 남아 사무실을 책임졌다.

시장 개척 초기 염사장은 그동안의 해외 수출 업무 경험을 토대로 고급
가방시장을 겨냥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대형유통업체보다는 전문매장을
대상으로 한 판매에 주력했다.

대형유통업체를 상대로 영업을 하면 단기적으론 많은 물량을 판매할 수도
있지만 제품 단가 인하 압력이 거세며 구매담당 책임자가 바뀌면 거래관계
자체가 끊길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에 전문점은 구입물량이 적고 거래를 트기 어렵지만 일단 첫계약이
이뤄지면 장기계약이 가능하고 자체브랜드로 제품을 팔 수도 있다.

우연한 기회로 사업을 하게된 염사장은 사업초기 자본력과 은행 거래
실적이 저조해 가방 수입에 필요한 신용장조차 개설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무명브랜드로 고급품 시장을 개척하는데는 엄청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했다.

휴일도 없이 전국을 돌며 미래 고객으로 판단되는 전문점에는 견본 제품
설명서 가격표 등 거래조건을 제시하고 즉각적인 고객 반응이 없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때로는 새로운 고객 한군데를 확보하는데 3년이란 세월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단 고객으로 확보하면 48시간 이내 제품을 배달하는 신속성과
무료 애프터 서비스로 철저히 단골로 만들었다.

현재 가방은 한국기업의 베트남 현지공장서 생산되는데 염사장은 시장에서
얻은 정보를 이 공장에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 개발을
돕고 있다.

파리교외의 허름한 물류창고에서 어린 두아들을 데리고 생활하며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6년간 프랑스 사람들이 연례행사로 즐기는 바캉스
한번 못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염사장.

그는 오늘도 스위스 벨기에 등 주변유럽국 시장개척에 땀을 흘리고 있다.

< 프랑스=강혜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