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지난 90년대초 세계항공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을 벗어나게 해 준 장본인은
다름아닌 아시아지역 항공사들이었다.

세계항공업계는 아시아지역 항공사들이 연평균 7%의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95년부터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처럼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아시아항공사들이 이제 세계 항공업계
의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아시아 경제위기로 이용객들이 급격히 감소, 항공사마다 매출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항공업계는 아시아여파로 곧 밀어닥칠 "먹구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은 보잉사에 주문했던 보잉제트기들을 취소한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이미 운항중인 6대의 에어버스 "330S"에 대한 리스지불
을 중단했다.

대한항공은 주식폭락으로 주식싯가가 보잉 "747"항공기 3대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5대의 제트기를 매각했지만 이 자금은 이자지불 정도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일본 ANA사는 작년 3월부터 6개월동안 순익이 29% 감소했다.

말레이시아 에어라인은 작년 한햇동안(9월 회계기준) 통화폭락의 영향으로
부채가 두배로 늘어났고 순익은 무려 83% 줄어들었다.

타이항공은 지난 6개월동안 이용객이 40% 감소해 올해에는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시아항공업계의 간판스타인 캐세이 퍼시픽사의 부진은 특히 아시아
항공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아시아지역 10대 항공노선중 5개노선이 홍콩을 경유
한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수개월간 홍콩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캐세이퍼시픽도 일본과 홍콩을 오가는 이용객이 무려 65%나 감소해 작년
하반기 순익이 35%나 하락했다.

아시아지역 통화가치의 폭락은 아시아항공사들을 위기에 몰아넣은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들 항공사는 연료나 항공기구입 해외경비운영 등 비용의 절반을 달러
베이스로 결제하고 있다.

항공사 분석기관인 영국의 케이스맥벌런사에 따르면 아시아통화가치 하락
으로 항공기 구입에 따른 비용이 50억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가 불어닥치기 이전인 경기 호황 때 기준으로 봐도 아시아
항공사들의 5년간 순익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이용객들의 급격한 감소는 불에 기름을 뿌리는 격으로 아시아항공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위기 이전까지만해도 이들 항공사의 이용객은 연평균 7%씩 늘어 왔다.

그러나 홍콩에 있는 인도스위스에이비에이션사는 올해 아시아항공사들의
운항편수 증가율이 제로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아시아항공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조만간 북미 유럽항공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아시아에 취항중인 미국과 유럽항공사들은 현재의 아시아노선을
지속시킬지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캐세이퍼시픽사는 아시아노선에서 입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시장성이
아직 괜찮은 상황인 유럽 북미 호주노선에 취항편을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금융사인 파리바는 아시아항공사들이 북미 유럽을 왕래하는
대서양노선에 취항편을 늘릴 경우 17%의 공급초과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 과다는 주요 국제노선에서 항공사간의 사활이 달린 피말리는 가격
전쟁으로 확산된다는 사실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얻는 중요한 교훈이다.

< 정리=이성구 런던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