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상사는 얼마전 스키장비를 직수입해 스키전문점을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 이사회에 올렸다.

사업영역 확대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이사회가 열리자 사외이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 스키장비전문점은 사업성은 있지만 국민정서상 자칫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줄수도 있는 사업.

따라서 주주와 채권관계자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게
사외이사들의 반대 이유였다.

결국 현대종합상사의 스키장비전문점 사업안은 부결됐다.

사외이사제도-.

IMF 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관한 논의가 심도깊게 진행되면서
이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이 제도를 일부 계열사에서 실시해온 현대그룹은
전계열사로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다른
기업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 현황 =현대그룹은 96년 이 제도의 도입을 선언한 직후 현대정보기술과
금강기획 현대종합상사 3개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현대정보기술이 가장 먼저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했으며 금강기획이 2명,
상장사인 현대종합상사는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금강기획에서 분리된 현대방송(HBS)이 사외이사제를
도입해 현대그룹내 사외이사제를 실시하고 있는 계열사는 모두 4개사로
늘어났다.

숫적으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비중은 3분의 1이다.

<> 사외이사의 활동 =현대그룹 4개 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은 대체로 2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한다.

이사회 안건과 관련된 자료는 늦어도 7일전에는 사외이사들에게 통보되며
사외이사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충분한 준비를 거쳐 이사회에 참석하게
된다.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사외이사들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성격상 해외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과 수출입평가 등이다.

대체로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지만 충분한 토의를 거치게
된다.

스키장비전문점의 경우처럼 사외이사들이 주도해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외 삼림조성에 관한 건이 이사회에 상정됐을 때는 현지의 국수적인
태도와 투자회임기간이 길다는 이유로,동유럽 투자진출의 경우 환율예측이
제대로 안돼 환차손에 따른 리스크를 안을 수 있다는 반대의견으로 보류된
경우가 있다.

대표이사의 자금전결한도도 낮춰 놓았다.

현대정보기술의 경우 현대전자와의 사업구조조정, 계열사로부터의 사업
인수, 21세기 비전수립 등에 사외이사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며 현대그룹
사장단 전원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교육도 이 회사 사외이사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금강기획도 사외이사들의 건의로 광고대학이 설립됐으며 특히 신규사업에
대한 안건에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고 있다.

<> 평가 =현대그룹은 사외이사제도에 대해 일단 합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는 대외홍보용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았으나
2년 가량 지나면서 제도가 정착돼 경영의 투명성 제고에 다른 기업에 비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사외이사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 계열사의 관계자는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이사회의 토론이 부쩍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사외이사의
전문지식이 회사경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중요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사외이사제를 활성화시키고 전계열사에 확대 실시하기 위해
사외이사에게 보다 다양한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이사회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 김정호 기자 >

[[[ 현대그룹 사외이사제도 현황 ]]]

<>.현대정보기술 - 사외이사 : 오해석 교수 (숭실대 부총장)
김효석 교수 (중앙대)
- 사외이사제 도입시기 : 96년 1월

<>.금강기획 - 사외이사 : 김정남 교수 (성균관대) 등 2명
- 사외이사제 도입시기 : 96년 2월

<>.현대방송 - 사외이사 : 김정남 교수 (성균관대) 등 2명
- 사외이사제 도입시기 : 97년 9월

<>.현대종합상사 - 사외이사 : 어윤대 교수 (고려대)
이재후 대표 (운현합동법률사무소)
이회성 고문 (에너지경제연구원)
- 사외이사제 도입시기 : 96년 3월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