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말부터 몰아닥친 IMF한파는 금융업과 제조업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엄청난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학은 1993년 12월15일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되기
이전까지는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된 직장중의 하나였다.

특히 교수의 경우 "한번 교수면 평생교수"일 정도로 좋고 불황을 덜 타는
직종이었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는 대학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교수사회에도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강의 평가제가
보편화되었고, 대학시장은 공급자중심으로부터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되었다.

그 실례로 대학마다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전략으로 라디오
TV 지하철과, 심지어는 길거리의 전광판까지 이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대학의 중심축은 교수로부터 등록금을 내는 학생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 위상이나 입장은 추락하지 않을수 없었다.

일부대학의 특수대학원 책임자들은 학생을 끌어모으기 위해 시장바닥을
돌면서 학력이 약한 영세 상인들을 파격적 할인가격으로 유치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80년대초 유행하였던 급격하고 무분별한 분교설립과
이에 따른 학생수증가가 곧 대학의 수입으로 연결되던 시대에 익숙했던
우리나라 대학에는 고통의 시작이었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부터 IMF한파가 시작되기 이전까지도 우리나라
대학들은 국내 대학간,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교육시장개방에 대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였다.

더욱이 교육부와 몇몇 신문사의 대학및 학과(부)평가경쟁으로 교육의
질은 개선되었지만 대학의 재정부실화가 가속화되었고 이런 경쟁은 곧
우수대학으로 평가받기 위한 "대학발전 장기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IMF한파는 대학의 "장기발전전략"을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탈바꿈시켰으며 벌써 여러 대학병원에서 환율급등에 따른 수입 의료기자재에
대한 환차손으로 고생하고 있다.

의대교수들의 급여삭감 뿐만 아니라 어떤 대학에서는 몇달째 교수들의
봉급을 지불하지 못하는 서글픈 상황이 전개되고있다.

이러한 것은 시초에 불과하며 그동안 무분별한 차입경영에 의해 교세를
부풀려온 대학들은 생존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될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입학정원보다 적어지는 2003년부터는 경쟁력없는
대학들은 우수수 쓰러지고 대학교수 사회도 감량경영과 대량실업의 여파가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여 거리를 헤매고있는 수많은
우리의 어깨처진 아들 딸들도 대학의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있다.

작년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의 피터 드러커 교수가 "앞으로 30년후면
대학은 없어지고 박물관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라고 한 예언이 서서히
설득력있게 들리고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국내 대학뿐만 아니라 외국 대학과도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고 있으며 IMF 신탁통치하에서 대학도 처절한 자구의 몸부림을
치지 않을수 없다.

우리나라 대학의 전망과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으로 대학사이의 학생등록금과 이에 따른 교수들의 급여차이가
확대될 것이다.

즉 대학사이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될 것이며 이러한 차이는 서울소재
상위및 중상위권 대학과 지방소도시의 조그만 대학뿐만 아니라 재정이 풍부한
대학(또는 알뜰경영을 한 대학)과 방만한 차입경영대학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다시 말하면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은 등록금 파괴로 생존을 모색할
것이다.

둘째 만물상이나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대학보다는 작지만 특성화된 대학들,
또는 전문화된 학과(부)들을 가진 대학이 생존할 것이다.

예를들면 미술은 H대학, 외국어는 O대학, 호텔경영은 S대학 등을 열거할수
있다.

셋째 상당수의 국립대학들을 민영화하여 이들도 철저한 시장원리에 의거,
생존싸움에 뛰어들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경쟁은 때로는 비효율을 초래하지만 적당한 경쟁은 대학을
자극하여 체질개선을 통한 질적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다.

넷째 IMF체제에서는 대학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원을 대폭
줄여 철저한 경쟁논리에 기초, 살아남지 못하는 대학은 도태시켜야 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열악한 초등및 중등교육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