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19일 부도난 한라그룹의 계열사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한라호"의 향방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라가 형제기업인 현대의 도움없이 독자적인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는 한라그룹이 작년말 부도나기 이전부터 물적 심정적인 뒷받침을
해왔다.

특히 한라그룹 부실의 최대 원인이자 회생의 관건이던 삼호조선소의
인수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로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룹 내부에서도 2조3천여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삼호조선소만 처분되면
만도기계 한라시멘트 등 나머지 우량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현대가 이날 인수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힘으로써 한라그룹의
정상화는 상당기간 늦춰지게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라그룹 고위관계자는 "현대의 정확한 의도를 몰라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그룹이 부도날 때부터 추가 지원 의사는 없었던 것 아니냐"면서 "현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구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펄프제지가 미 보워터사와 만도기계는 독일 보쉬 등과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외자본의 유치를 자구노력의 큰 줄기로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삼호조선소의 경우도 유럽계 자본의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한라의 부도 이후 해외선주들의 선수금 환불요청이
7억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삼호조선소가 안정돼야 한라는 물론
산업계에 미치는 여향이 최소화될 수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국내 최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기계의 정상화도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어 완성차업계도 안정적인 부품공급에 여전히 일말의 불안이
남게 됐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