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독서는 중학교 몇 학년까지 하는 게 좋나요?”학부모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다. 중학교 2~3학년이 되면 점점 해야 할 학습량이 늘어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 그러니 미리 배경지식에 필요한 책을 분야별로 읽히고 문해력을 키워주고 싶다는 속뜻일 게다.요즘 서점에 가면 ‘문해력’과 관련한 책이 즐비하다. 2028학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통합 수능’으로 치르면서 국어영역에서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문해력을 기르고 시험에 필요한 공부를 시키고 싶은 부모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문해력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 읽는 걸 즐기는 아이가 문해력이 좋다. 어떻게 하면 책 읽는 걸 즐기게 될까?필자의 아이는 어릴 때 로알드 달의 소설을 좋아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를 비롯해 그의 소설은 대부분 읽었다. 어른이 돼 보니 이걸 어린이가 봐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의 소설은 잔인한 측면이 많았다. 읽지 못하게 하기보다 느낀 점을 함께 이야기했다.“아우구스투스가 초콜릿 강에 빠졌는데 구해주지 않고 지켜보는 건 너무 하지 않아?”“초콜릿 강에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그래도 궁금할 수 있잖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그렇긴 하네. 떠내려가는 걸 보면서 놀리는 노래까지 부르다니 진짜 잔인하긴 하다.”말랑말랑한 아이들의 사고는 독서와 대화를 통해 점차 확장돼 간다. 우리는 로알드 달이 살던 집을 방문했다. 영국 런던 근교 그가 살던 집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니 즐거워했
얼마 전 어느 연주자의 리사이틀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2년간의 대장정이 될 그의 ‘모차르트 프로젝트’를 응원하고자 찾은 발걸음이었다. 하우스콘서트(하콘) 무대에서 들려준 연주와 그동안 나눈 대화의 결로만 보아도 그 깊이가 가늠되는 좋은 연주자라는 생각이 늘 떠나지 않았다. 이것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좋은 연주자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한 까닭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곤 했다. 그 의미는 곧 팬덤이 있거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주자는 아니라는 뜻일 테다.공연이 시작되기 10분 전, 객석에 착석한 나는 왠지 낯선 곳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늘 제자와 가족, 친구들로 객석이 가득 차던 오늘의 이 공간은 소수의 관객만이 자리해 대략적인 수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초대하지 않았구나.’ 객석에 앉은 소수의 사람이 모두 유료 관객일 거라는 생각을 하니, 연주자의 그 단호한 결심이 너무나 고귀하게 느껴졌다. 나는 한 사람의 유료 관객으로서 내가 보낼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힘찬 박수를 보냈다.하우스콘서트도 무료 초대권이 없다. 지인들이 초대받아 오는 것이 아닌, 비록 소수일지라도 연주자의 음악을 듣고자 하는 ‘진짜’ 관객들과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했을 때 객석의 집중도는 좋을 수밖에 없고, 연주자도 찾아준 관객에게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것이 음악의 완성도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자연스럽고 건강한 연결고리가 초대권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음악계에 안착하는 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
‘바이든만 아니면 누구나(Anyone But Biden).’ 지난 6월 미국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참패한 뒤 민주당에선 후보 교체론이 들끓었다. ‘바이든으론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마저 등을 돌렸다. 바이든은 꽤나 섭섭해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넘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은 눈물을 훔쳤다. 한 달쯤 뒤 ABC 방송에선 “속상하지 않다”고 했지만 “(후보 사퇴를 안 했다면)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도 않았다.요즘 바이든의 심경은 복잡할 듯하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바이든 정책을 180도 뒤집겠다고 벼르고 있다.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펴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하겠다고 했다. 바이든이 심혈을 기울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뭐든지 바이든과 반대로(Anything But Biden)’ 할 기세다.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해 트럼프는 거칠 게 없다.바이든의 조바심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군이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승인하고 IRA 보조금 조기 집행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취임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낮 12시까지다. 바이든은 최근 페루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10분가량 정상회담을 하면서 살짝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자신이 재선됐다면 한·미·일 협력을 더 공고히 했을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