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위원장 한광옥)의 경제위기 극복과 노.사.정간의 공정한
고통분담을 위한 공동선언문 채택은 시한을 하루 넘긴 20일 10여시간에 걸친
막후협상을 통해 도출됐다.

<>.노사정위는 이날 오전11시 전체회의를 열어 문안을 확정할 방침이었으나
전체회의에 회부될 선언문 시안에 대해 노.사.정 3자간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돼 전체회의가 연기되는 등 초반 진통을 거듭.

특히 노동계는 한국통신과 서울지하철공사 등 일부 사업장에서 부당노동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 이 문제의 쟁점화를 시도.

이에 재계측은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근절 방안을 보고하는 선에서
마무리짓자고 맞섰으나 워낙 노동계의 반발이 커 결국 전체회의가 오후 1시,
4시로 두차례나 연기.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노사정 3자는 낮 12시30분께
조성준의원과 이정식 한국노총기획국장, 이영희 민노총부위원장, 조남홍
경총부회장 등 4명으로 구성된 긴급 실무대책회의를 가동, 공동선언문과
부당노동행위 문제에 대한 긴급협상에 돌입.

결국 오후 3시께 노동계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부당노동행위 근절에 대한
특별선언문''을 노동부장관 담화문 형태로 ''노.사.정 공동선언문''에 이어
함께 발표키로 돌파구를 마련.

<>.이어 이날의 핵심인 ''정리해고'' 문제논의에 들어가자 재계측은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가 수용된 만큼 고용조정(정리해고)과 관련한
법제정비를 명시해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강력히 제기, 긴 진통을 예고.

전날 협상에서 정리해고문제의 명문화에 반대했던 노동계는 ''정리해고
문제를 명시하는 동시에 10개 의제 타결시한을 못박을 경우 노동계의 일방적
희생이 요구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채택된 의제(10개의제)에 대해 2월
임시국회내까지 충분히 논의해 합의한다"로 바꾸자고 요구.

그러자 정부와 재계측은 ''채택된 의제''에 이미 고용조정 관련 법제정비
항목이 포괄된 만큼 노동계의 의견을 수용하더라도 법제정비를 위한 논의
약속이 유효하다는 실리적 판단을 한듯 노동계의 요구를 수렴.

이에 따라 노.사.정 3자간 첨예한 대립을 빚었던 고용조정 법제화 문제가
공동선언문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은채 선언문 시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협상에 참여한 3자가 각각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졌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