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고통분담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최대쟁점인 고용조정문제를 노사합의를 통해 해결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비록 고용조정의 법제화를 공동선언문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2월 임시국회 일정을 감안해 고용조정 등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과 기업경영투명성 확립방안 등의 10대 의제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조속히 일괄 타결키로 한 것은 노사정위 발족 5일만의 첫 작품치고는
큰 성과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고용조정과 근로자파견제
도입 문제를 놓고 노.사.정이 당장 본격적인 공식논의를 시작할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 노동계가 드러내놓고 고용조정제를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고통분담 의지를 내외에 천명함으로써 어제 미국에서 시작된 우리 대표단의
외채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번 노.사.정 합의가 앞으로 고용조정을 비롯한 수많은 현안들을
물리적 충돌없이 풀어나가기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노.사.정 협상은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앞으로 합의문의 실천을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으며 넘어야할
산이 첩첩이다.

선언문은 핵심문제인 고용조정 법제화를 명문화하지 않고 일단 우회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번 합의가 다분히 "대외용"일 뿐,공동선언문과 고용조정
법제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측은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며 고용조정의 법제화는
결코 수용할수 없다는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노동계의 이같은 태도로 보아 앞으로의 추가협상이 원만히 풀리지 못한다면
선언문 채택은 노사갈등을 얼마간 지연시킨데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그 의미가
격하될지도 모를 일이다.

노.사.정이 합의한대로 모두 37개 항목에 달하는 10개 의제를 2월 임시국회
회기내에 일괄 타결하려면 늦어도 2월중순 까지는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더이상 밀고 당기고 할 시간이 없다.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에 대해선 이미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졌다고 볼
때 앞으로의 논의는 고용조정의 남발방지책과 실업대책 등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측은 노사정위 공동선언문을 곧바로 국제통화기금
(IMF)에 보내 우리정부가 IMF측에 약속한 "사회적 합의"조항을 이행한 근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제 이 선언문은 우리 국민의 신의가 걸린 중요한 국제문서가 된 셈이다.

고용조정을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외국투자가들의 다그침이기에
앞서 우리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절대명제임을 잊어선 안된다.

노.사.정 모두가 공동운명체적 책임감으로 자기희생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효율적으로 협상을 벌여 빠른 시일안에 대타협을 이끌어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