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과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한 외국인들의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 전담기관인 성업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호텔, 백화점 중견기업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매입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성업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난달이후 성업공사에만 외국인투자자들의 부동산매입
상담이 1백여건 접수됐다.

이들은 성업공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한 물건중 정상영업중인 호텔과
백화점 등 유통업체, 중견기업 사무빌딩 등에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투자규모는 상담업체당 2억~3억달러 안팎에 달하고 있다고 성업공사는
밝혔다.

이에따라 외국인들의 부동산투자제한이 풀리면 부동산 매입에 의한 인수
합병(M&A)이 대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업공사에 부동산매입상담을 문의해온 업체는 골드만삭스 레만브러더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계 대형투자은행과 부동산전문중개회사가
대부분이었으며 유럽계로는 ING베어링스가 유일했다.

지난 19일 성업공사를 방문한 미국의 한 부동산중개업체는 "10억달러를
동원할수 있으며 최소 5천만달러이상의 거래를 하고 싶다"며 "사무빌딩
쇼핑센터 산업시설 아파트 호텔 공장 등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업공사 관계자는 "성업공사가 최근 금융기관들로부터 인수한 기업 등
부동산물건이 현재까지 1천9백76건(무담보 포함 7조1천4백억원)에 달해
외국인들이 성업공사를 이용하면 기업이나 호텔 등을 싼 값에 살수 있다고
판단, 매입문의가 몰리고 있다"며 "부동산보유제한 등 관련규정이 개정되면
성업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내외국인에게 차별없이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