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태국 바트화의 폭락을 시작으로 열병처럼 번져간 동아시아
통화위기는 아직도 뚜렷하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그동안 한국은 차기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의지를 보임으로써 대외신인도가
서서히 회복되는 단계지만 인도네시아는 경제개혁의 의지를 보이기는 커녕
장기집권에 따른 정치불안마저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방치하거나 비효율적으로 대응할
경우 세계경제의 안정을 크게 위협할수 있기 때문에 선진주요국의 협조와
신속한 진화노력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현재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해결방법을 둘러싸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미국의회를 중심으로 외환.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정부의 개입 및 IMF의 구제금융 제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하원 은행위원회는 오는 1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아시아 금융위기관련
청문회를 열고 미국과 IMF 중심의 지원타당성을 따질 예정이다.

일부 강경론자들은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보고 위기당사국들을 돕기 위해 미국민의 세금을 쓰는데 반대하며 구체적으로
미국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을 통한 지원에 대해 의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막중한 역할에 비추어 볼때 미의회의
신중한 입장을 이해한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데 있어 그 타당성을 철저하게 따지려는 이같은
미국의원들의 자세는 당연한 것이며 아무 대책 없이 러시아에 4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던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 볼때 부럽기까지 하다.

또한 재정긴축과 고금리유지를 기본으로 하는 IMF 구제금융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부분적으로 불만이며 채권은행단도 무분별한 대출에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더이상 악화될 경우
미국 및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미 아시아지역에 거액의 대출채권을 갖고 있는 유럽은행들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관련주가가 폭락하는가 하면 미국 일본 유럽기업들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금의 외환위기가 홍콩과 중국으로 번지거나 일본의 금융위기를
악화시킬 경우 세계적인 금융혼란 및 경기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이미 여러차례 그 위험성을
경고했으며 지난 21일에는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이 금융개혁과 내수진작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따라서 한국시간으로 어제 새벽에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한국정부 대표단
과 국제 채권은행단간의 외채구조조정 협상이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가닥을
잡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