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체와 수출기업에 대한
부가세납부 기한연장과 부가세환급금 조기지급 등의 지원책을 발표한 21일
중소기업들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듯 반가워했다.

97년 2분기 부가세확정신고 마감일이 설날을 눈앞에 둔 26일이어서 설자금
수요까지 겹쳐 자금난을 겪던 터라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풀었다.

하지만 세무서를 찾은 중소기업인들은 "사랑"이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인수위가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처럼 생색만 냈지 세무서에는 담보없이는
납부기한을 단 하루도 연장해 줄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인수위의 조부영 경제1분과간사는 이와관련, "납부기한을 연장하려면
보증보험의 보증서라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는 국세청을 설득시켜 담보없이
기한연장을 할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21일 일선세무서에 내려보낸 공문의 내용은 다르다.

"납세담보에 대해서는 조세채권이 일실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조용하고 내실있게 집행하라"

중소기업인들은 "이런 내용의 공문을 받고 어느 눈치없는(?) 세무서장이
무담보로 납부기한을 연장해줄 배짱이 있겠느냐"고 항의했다.

다급한 쪽은 인수위였고 조부영 간사는 21일 하루종일 국세청장을 찾았다.

조간사는 22일 아침에야 "어제 저녁 국세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며 안도했다.

사태는 22일 국세청 징세국장이 전국지방청장에게 직접 전화까지 걸며
''부가세 3천만원미만은 담보를 면제할 것''을 지시, 해결됐다.

IMF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에게 혜택을 주려던 좋은
아이디어가 시행에 따른 사전준비 소홀로 다시 한번 실망을 안겨준 사례다.

김수섭 < 정치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