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신용관리기금 17층 회의실.

종합금융사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는 종금사 경영정상화계획 평가위원회
5명의 위원 앞에 두명의 금융기관장들이 나란히 앉았다.

신한종합금융의 한근환 사장과 제일상호신용금고의 유동천회장은 입을
모아 2천억원의 증자가 실현될 수 있다고 위원들을 설득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법정에 서서 신한종금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여온
양사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손을 맞잡고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셈이다.

제일금고는 이미 3월말까지 5백억원을 증자하겠다는 의향서를 경평위에
제출했다.

이대로 실행된다면 제일금고의 유회장이 1대 주주가 돼 사실상경영권을
지배하게 된다.

신한종금 관계자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영권이 어디에 갈지가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말해 유회장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한종금처럼 업무정지된 서울소재 종금사로 신용금고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화종금은 적과의 동침에 실패,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한화종금은 우풍상호신용금고에 증자참여를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고 결국
한화그룹을 통해 3월말까지 1천5백억원을 증자키로 결정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