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딜이 최대의 경제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빅딜이 반드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원초적인 질문도 제기
된다.

정부는 외국기업과의 대형 합작도 빅딜의 범주에 포함된다(김원길 의원)며
채근하고 있고 세제혜택을 약속하는 등 압박과 당근을 병행하고 있다.

신정부가 주도하는 소위 빅딜이 말처럼 쉽지 않고 부작용만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논리에 따른 전략적 제휴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대안론도 제시된다.

<> 산업전망에 대한 확신이 불가능하다

개별 기업이 주력산업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대가 반도체 분야를 삼성에 넘기고 삼성은 자동차를 현대그룹에 넘기는
등의 판단을 모든 가능한 변수를 감안해 확신있게 내릴 수 있는 전능한
주체가 없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급변하는 경제환경하에서 수년후의 산업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점유율만 가지고 무리하게 빅딜을 추진한다면 후일
정치적 또는 실무적 책임 문제등을 낳을수 있다.

<> 독점 문제가 생긴다

자동차를 한개 기업으로 몰아주고 반도체 등을 특정 그룹으로 몰아주는
소위 "1업종=1사 체제"는 당장은 효율이 올라갈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특정
기업이 곧 국가산업과 동일시되는 결과를 낳게 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정부의 산업 정책은 곧 특정 기업에 대한 정책이 되고 이는 정부와
기업의 유착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이렇게 될 경우 모든 주요기업들의 사실상 공기업화가 초래된다.

이는 우리경제의 근간인 시장경제주의를 흔들게 되고 결국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 시절과 같은 정부주도의 경제구조로 회귀한다.

KDI의 한 연구원은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은 지난 80년 국보위가 만들려다
좌절된 산업합리화법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후 독일이 조선은 불칸사에, 전자전기는 지멘스에, 철강은
크룹사에 몰아주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결국 독점체제가 구축되고 경쟁력
을 상실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거래관계 정리가 어렵다

경제계는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대통령 취임식전에 빅딜을 하라는 것은
절대시간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채권채무 관계의 정리, 인원과 자산의 정리, 국제적인 거래관계의
정리, 각종 대내외 계약들과 관련한 재조정 절차, 해외 판매망 정리, 금융권
대출 등 법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정리해야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작업을 한달여 기간동안 해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해외합작및 제휴선,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동의절차도 필수적이다.

특히 채권자인 금융권 역시 대기업 고객에 대한 강제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기업문화의 차이도 갈등의 소지로 작용한다.

<> 중소기업을 죽인다

빅딜이 단행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산업별로 대기업의 수직계열로 편입되는
심각한 경제구조의 후퇴가 나타난다.

이 경우 중소기업들의 운명이 오히려 대기업에 종속되는 악순환이 구조화
된다.

<> 대안

경제계는 따라서 빅딜의 문제는 기업과 금융기관들간에 시장논리에 따라
풀어야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 조정, 책임 경영강화, 부채비율 축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내 산업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물리적인 짝짓기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대안도 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