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제전화보다 30~50% 저렴한 인터넷전화서비스의 본격 개시를 앞두고
국산 인터넷폰 장비가 인터넷전화서비스업체의 외면으로 사장위기에 처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엘전자 코스모브리지 고구려멀티미디어통신
노드정보기술 등 중소 인터넷전화 장비업체들은 각각 60~2백명이 동시에
통화할수 있는 인터넷폰장비를 자체 개발해 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은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로지, 나래이동통신은 미국 IDT,
한솔텔레컴은 캐나다 비엔나시스템, 현대정보기술은 호주 오즈메일,
아이네트는 미국 클라런트, 한국무역정보통신은 미국 GXC로부터 각각
인터넷폰용 게이트웨이 서버를 들여와 상용인터넷 전화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특히 외국의 게이트웨이 장비를 들여와 서비스에 나설 경우 고가의 과금
시스템 및 시스템업그레이드 등도 외국장비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올해 5백억원대로 예상되는 인터넷전화 장비시장은 고스란히
외국업체가 독식하고 말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구려멀티미디어통신의 계두원 사장은 "국산장비는 최근 환율폭등 덕택에
외국산장비에 비해 50% 이상 저렴한데다 기술적으로도 우수하다"면서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산장비를 수입, 인터넷서비스업체들에 공급
하고 있어 국산장비가 설 땅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대해 인터넷전화서비스 업체들은 "세계를 연결하는 상용서비스를
위해선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는 외국통신업체의 검증절차를 거친 장비가
필요하다"며 국산장비 도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산 인터넷전화장비도 음성압축장치 등 핵심
기술은 수입해 쓰고 있다"며 "IMF시대에 외국기술종속을 피하기 위해선
국산장비에 대한 관심은 물론 핵심기술의 국산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
했다.

< 유병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