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에 가장 적합한 레포츠로는 두말할 것 없이 등산이 꼽힌다.

등산화는 아니더라도 운동화만 신으면 만사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요즘 산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골프나 헬스를 하던 사람들이 발길을 산으로 돌렸다.

그것에 더해 IMF한파로 직장을 떠난 명퇴자나 실직자들이 많이 몰려
서울근교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지에는 등산객의 발길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상당하다.

겨울산에 올라 건강을 확인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늘고있는 것이다.

지난 90년 초까지만 해도 등산은 누구나 할수 있는 운동겸 레저활동
이었다.

가장 많은 동호인을 자랑하는 국민 최대의 레포츠였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골프등 외국의 신종레포츠 종목들이
국내에 유입되고 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등산인구는 상대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여왔다.

땀을 흘리며 산 정상에 올랐을때의 성취감과 만족감이 대단하지만
등산만큼 힘들이지 않고도 그 재미가 훨씬 짜릿한 레저종목이 많아져서다.

그러나 최근 IMF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등산이 다시 가장 경제적으로 여가를
보낼수 있는 레저활동으로 각광받기 시작하고 있다.

체력단련과 함께 인내심을 배울수 있는 등산이 IMF시대를 맞아 다시 주인
자리를 찾은 셈이다.

설 연휴에 전철을 이용, 간편하게 다녀올수 있는 서울근교 등산지를
안내한다.

<> 사패산 =한 능선으로 이어진 도봉산은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
혼잡한 것이 흠이다.

이 때문에 근래에는 도봉산 끝쪽 자락에 위치한 사패산(5백25m)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철1호선(의정부행)을 이용하여 회룡역에서 내리면 눈앞에 왼쪽 도봉산
주능선에서 오른쪽 사패산까지 두자락의 지능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표소를 지나 비탈길을 올라서면 초입의 밋밋했던 완만한 계곡이 별안간
깊어지면서 심산유곡에서나 맛볼수 있는 수려한 계곡미에 감흥이 절로 난다.

발 아래 깊숙한 계곡을 오른쪽에 둔채 10분정도 오르면 첫번째 다리인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의 잘 다듬어진 길은 회룡사의 암자인 석굴암으로 가는 길이다.

무학대사가 정진했던 석굴암은 백범 김구 선생이 일경을 피해 피신했던
바로 그 은신처이기도 하다.

석굴정면에는 석굴암이라 크게 음각된 김구 선생의 필적이 남아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계류를 건너 능선으로 곧바로 치고 오르면 사패산
주능선과 만난다.

이 코스는 식수가 없는 것이 흠이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본 쪽 바위(일명
반달바위)를 직접 대할수 있다.

마치 감자를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형상을 한 이 바위는 50~60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널찍한 암반위에 금방이라도 구를듯이 세워져 있는데
그 생김새와 위용은 가히 장관이다.

사패산 정상은 1백여명이 족히 앉아 쉴수 있는 넓은 암반지대.

의정부시가지와 일영 송추유원지 도봉산 수락산이 발아래로 보인다.

가볍게 산행을 마치려면 도봉산쪽으로 향하다가 사거리 안부에서 회룡골로
발길을 돌려 하산한다.

총산행엔 3시간정도 걸린다.

<> 수락산.불암산 =서울근교에 명산들이 많지만 수락산만큼 겨울산행을
하기에 좋은 산도 드물다.

그림처럼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포개져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설악산이나 월출산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만 실상은 6백83m에
불과하다.

수락산은 서울시와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있다.

이 산은 의정부로부터 태릉으로 연결되는데 중간지점인 덕릉고개를
중심으로 북쪽은 수락산, 남쪽은 불암산으로 나뉜다.

수락산은 대부분이 돌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목이 별로 없다.

곳곳에 화강암의 암벽이 노출돼 있어 미끄럽기는 하지만 산세가 험한 편은
아니다.

수락산에는 금류 은류 옥류폭포와 신라때 지은 흥국사, 조선조때 지어진
내원사 석림사 궤산정등 명소가 산재해 있다.

수락산의 여러 등산코스중 추천할 만한 코스는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앞에서 시작하여 학림사와 용굴암을 경유, 수락산 도솔봉(5백40m)으로 오르는
코스다.

총산행 소요시간은 2시간30분정도.

불암산(5백8m)은 서울에서는 가장 낮은 산이지만 정상일대가 암벽을 이루고
있어 뛰어난 기품을 자랑한다.

불암산 남쪽으로 태릉과 강릉이 있고 주변에 동구릉 광릉등 왕릉이 많다.

예전에는 천보산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하늘이 내린 보배로운 산이란
뜻으로 불암산이 신앙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산임을 말해준다.

산은 낮지만 쉽게 찾을 수 있고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주요 등산코스는 당고개역을 출발, 마을공원~경수암~천보사~주능선을
거쳐 불암산 정상에 오른다.

하산은 남부능선을 거쳐 정암사~재현중고교를 지나 상계역으로 하산하게
된다.

교통편은 지하철 4호선을 이용, 당고개역이나 상계역에서 내리면 된다.

<> 북한산 =토큰이나 지하철승차권 하나로 쉽게 나설수 있는 천하의
명산인 북한산.

조상들은 이 산을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 백두산과 함께 오악의 하나로
꼽았다.

북한산행은 꼭 백운대가 아니라도 좋다.

겨울이면 설화가 아름다운 진달래능선을 타고 가슴이 답답하면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보현봉에 올라보자.

아기자기한 바윗길을 타고 싶으면 의상봉 능선이나 원효봉능선을 따라가
보자.

진달래 능선에 오르는 길은 사방에 널려 있고, 어느 길이든 완만해
오르는데 문제가 없다.

백운봉길(아카데미하우스길)을 따라 백련사나 운가사로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진달래 능선의 참맛을 느끼려면 우이동길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출발점은 덕성여대 앞 정류장.

우이동길을 가로질러 건너면 보광사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송림으로 둘러싸인 넓고 시원한 길이 보광사까지 이어진다.

진달래 능선은 절 입구에 못미쳐 왼쪽으로 난 숲속 오솔길로 올라야 한다.

숲길을 조금 가면 팻말이 나타난다.

대동문까지 2천4백m.

매표소 옆으로 돌면 곧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이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은 숲에 푹 파묻힌 오르막이라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조금만
가면 서남쪽으로 약간씩 시야가 트인다.

여기서부터 숨이 차오르는 깔딱고개.그러나 이 고비만 넘기면 진달래
능선은 더 이상 크게 어려운 오르막이 없다.

다시 얼마를 더 가면 바위터에 올라선다.

이 곳에서는 수유리 쌍문동과 멀리 수락산 불암산, 그리고 그 밑을 채운
상계 중계 하계동의 거대한 아파트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막힌 경치다.

교통편은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여 수유역에서 하차한다.

수유역에서 4.19묘지행이나 아카데미하우스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 광교산 =수원의 광교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등산을 즐길수 있는
산이다.

해발 5백82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깊고 넓어 걷는 맛이 일품이다.

수원 용인 성남 의왕등 4개시에 걸친 광교산 등산길은 급경사가 없어
걷기도 수월하다.

코스별로 등산시간이 1~5시간으로 다양해 각자의 시간에 맞춰 오를
수 있어 더욱 좋다.

광교산은 유명한 사찰등 볼거리는 별로 없지만 겨울에는 설경이 뛰어나고
능선을 타면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한 맛을 느낄수 있다.

정상인 시루봉에 오르면 4개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산은 수원뿐 아니라 서울 분당 안양등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백년수약수터와 절터약수터도 인기다.

의왕과 수지에서 올라가는 코스도 있지만 길이 험해 거의 이용되지 않고
수원쪽 6개코스가 주로 이용된다.

수원시 상광교동과 하광교동쪽으로 하산하면 보리밥집 10여곳이 모여 있다.

이곳에선 보리밥에 도토리묵 두부등을 곁들인 동동주가 일미다.

상광교동 등산로 입구까지는 농촌진흥청~수원역~남문~북문을 경유하는
8번버스가 다닌다.

서울등지의 등산객들은 수원역까지 전철을 타고와 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