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이 악화된다는 통설은 일부 잘못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제일병원 박정배(내과)교수는 최근 3년간 고혈압환자
2백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금의 과잉섭취가 이미 고혈압에 걸린
사람에게는 혈압을 추가적으로 올리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소금을 많이 먹더라도 고혈압을 일으키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체내 레닌-알도스테론 시스템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피드백작용에
의해 억제되므로 추가적인 혈압상승은 불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박교수는 한국의 성인 소금섭취량은 하루 15~20g으로 서양인의 6~10g보다
월등히 높다며 4g이하로 줄여야 혈압강하를 기대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혈압환자가 15g이상 소금을 먹어도 추가적인 혈압상승 영향은
미미하지만 부종 체중증가 위장장애 등을 야기하므로 되도록 적게 먹는게
좋다고 권했다.

그러나 4g이하로 소금섭취량을 줄여야 비로소 혈압이 떨어지지만 한국인의
식습관상 이를 실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박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고혈압은 소금섭취량보다는 비만 흡연 음주
스트레스, 휴식시 높은 맥박수, 혈중 알도스테론(신장에서 나트륨과 수분을
재흡수하는 호르몬)및 인슐린(세포의 크기를 키워 혈관을 좁힘)상승,
유전적 요인등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고 추정했다.

특히 고혈압을 유발하는 안지오텐시노겐유전자변형(M235유전자변형과
T174M유전자변형)과 심장돌연사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발병과 관련있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유전자변형(DD타입)등을 분석한 결과 고혈압및
심혈관질환에서 유전적인 요소가 환경적인 요소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교수는 유전적 요인이 3분의 2쯤은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안지오텐시노겐유전자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유전자가 변형되면 각각
더많은 안지오텐신I과 안지오텐신 가 생긴다.

조사결과 정상인의 평균 주간 수축기 혈압은 1백30mm/Hg인데 비해
안지오텐시노겐유전자변형이 나타난 사람은 약1백41mm/Hg의 혈압을
보였다.

또 안지오텐신전환효소유전자가 변형된 DD타입은 평균혈압이
1백44/90mm/Hg으로 정상인 II타입의 1백39/87mm/Hg보다 높았다.

박교수는 이를 종합하면 부모중 한사람이 고혈압이면 자식의 50%,부모
모두 고혈압이면 자식의 80%가 고혈압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런 가계에서는 일찍부터 고혈압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