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최종 개편안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한다는 기본방향에 근접하려는 노력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정부개편의 기본방향과 주안점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시대변화에 따른 기능재편보다 부처수를 줄이기 위해 기존의 유사기능을
평면적으로 통합하는데 치우친 감이 없지않다.

조직개편의 최대과제는 장차관급 몇사람을 줄이느냐가 아니라 정부가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좀더 명확히해서 시장경제의 능률을
극대화시키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긍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직속기구로 장관급의 기획예산실과
중앙인사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대통령이 국정수행에 필요한 정책수단을
직접 장악토록한 것이다.

워낙 어려운 시기인 만큼 대통령의 강력한 국정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배경설명에는 어느 정도 동감한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 책임정치구현을 위한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한편 그동안 대통령 또는 청와대의 권력집중에 대해 비판적 견해가 많았던
점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리더의 판단이 잘못될 경우 권한분산때보다 더 큰 폐해를 가져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이 국무총리의 국정 조정및 평가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행정조정실을 장관급 국무조정실로 보강키로 한 것은 정책조정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만큼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특히 경제정책의 경우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실효성있는
수단이 없으면 교통정리에 나서는 것은 쉽지않을 것이다.

또 대통령직속의 기획예산실의 조정기능과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좀더 명확히 해야할 부분이다.

첨예하게 대립돼오던 통상업무의 통합은 기존의 외무부로 통합,
외교통상부로 결론이 났다.

통상교섭력의 강화와 함께 여러부처의 분산된 기능을 통합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볼수 있지만 경제마인드와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가 관건이다.

이같은 문제를 포함해서 입법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조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특히 당장의 조직축소뿐아니라 앞으로 있을 지방행정체계와
정부기능의 민간이양등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 조직개편의 성패는 외형적인 모양도 줄여야 하지만 실질적인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볼수 있다.

때문에 우선 하부조직의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기존형태를
무시하고 경제환경변화에 대처할수있는 과감한 개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실질적인 인원감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조직정비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조직이 축소되거나 통폐합대상부서의 반발도 만만치않을 것이다.

활발한 논의를 하되 신속한 결론을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