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동남아시아도 아시아의 전반적인 경제위기와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는 우울한 춘절(설날)을 지내게 됐다.

26일 홍콩 신문들에 따르면 20만여명이 종사하는 홍콩 소매.유통업계는
수십년만에 불어닥친 최악의 불경기 때문에 점포 임대료가 대폭 인하되지
않을 경우 춘절후 대거 문을 닫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소매.유통업계는 경기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가
임대료를 40% 가량 인하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계 슈퍼마켓인 야오한은 작년 11월 홍콩내 9개 점포의 문을 닫아
2천7백명의 실직자를 냈다.

또 무선호출기 업계는 이동전화의 인기에 눌려 경영이 악화되면서 본사를
인건비가 홍콩의 5분의 1수준인 마카오나 중국으로 옮기고 있어 올해내
2천1백명의 실업이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아시아에서 경제적 기초가 건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홍콩도 동남아
위기의 영향권에 들어 페레그린 증권과 CA 퍼시픽금융그룹이 파산했고
캐세이 퍼시픽항공사는 최근 3개월사이 1천여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최근 홍콩 주민 5백3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자신이 실직하지 않을까하고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한 여론조사결과 실직을 우려한 응답자는 34%에 불과했지만
43%가 고용상황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통화가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인도네시아에서는 라마단 금식기간
동안 문을 닫았던 상점과 공장들이 영업과 생산을 재개할지가 의문시 되고
있고 이에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종전에는 힘들어 기피하던 부두가 노동일도 이제는 경쟁이 치열해질
정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