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기업 '돈줄이 말라간다' .. 현지은행 대출금 회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주미 국내 기업들이 자금 고갈로 고사 일보 직전이다.
운영 자금의 70~80% 이상을 의존해 온 현지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족족 대출금을 거둬가고 있어서다.
특히 종합상사들의 타격이 심각하다.
외상 수.출입 비중이 높은 이들 기업에 자금 고갈은 곧 영업 불능을
의미한다.
현대 삼성 LG대우 등 7대 종합상사들이 현지 은행들로부터 융통받아
영업해 온 자금 규모는 대략 30억달러 수준이다.
삼성전자 LG전자등 제조업체들의 현지 판매법인도 자금난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고 있기는 상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들 기업의 부채를 합치면 국내 기업 주미 법인들이 현지에서 차입해
온 자금 규모(잔액 기준)는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현지 기업
관계자들 얘기다.
현지 은행들이 이런 엄청난 자금에 대해 속속 회수에 들어가면서 한국계
기업들은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체이스맨해튼 시티등 대형 미국계 은행들에서부터 유럽.일본계 중동계
등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출 한도를 대폭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사정이 더욱 딱한 것은 최근 한국과 미국등 외국 정부.금융기관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금융협상이 한국의 은행들만을 "구제"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기 재연장 등의 논의는 은행들이 대상일뿐 기업들이 안고 있는 차입금은
논외로 비껴나 있는 것이다.
미국계 C은행의 코리아 데스크(한국 대출담당)책임자는 "지금 같아서는
기업들 쪽 대출라인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할 형편"이라며 "주요
거래기업들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대책을 세워놓도록 당부했지만
딱히 대책이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모그룹 자금담당자는 "그나마 일본과 유럽계 은행들은 어느 정도
만기를 재연장해왔지만 일본계 은행들이 3월말로 끝나는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정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자금 전선"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새해에
들어선지 보름이 넘도록 올 경영계획을 수립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S그룹 자금담당자는 "우선 자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급한대로
끌어들이는 경우도 금리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라며 "예측 가능한 요소가
전무하므로 사업계획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주미 한국 기업들은 신규 비즈니스를
전면 중단, "일단 살아남고 보자"는 쪽으로 경영방향을 틀고 있다.
H상사 관계자는 "외상매출을 회수하는 대로 은행 차입금을 꺼나가기
바쁘다"며 "과거에는 이런 자금으로 신규 거래선을 개척하거나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돌려썼지만 지금으로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 한국상공회의소(KOCHAM)관계자는 "이처럼 기업들 사정이 어려운 데도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은행 살리기에만 치우쳐 있다"며 "기업이 무너져
버리면 은행 살리기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
운영 자금의 70~80% 이상을 의존해 온 현지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족족 대출금을 거둬가고 있어서다.
특히 종합상사들의 타격이 심각하다.
외상 수.출입 비중이 높은 이들 기업에 자금 고갈은 곧 영업 불능을
의미한다.
현대 삼성 LG대우 등 7대 종합상사들이 현지 은행들로부터 융통받아
영업해 온 자금 규모는 대략 30억달러 수준이다.
삼성전자 LG전자등 제조업체들의 현지 판매법인도 자금난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고 있기는 상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들 기업의 부채를 합치면 국내 기업 주미 법인들이 현지에서 차입해
온 자금 규모(잔액 기준)는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현지 기업
관계자들 얘기다.
현지 은행들이 이런 엄청난 자금에 대해 속속 회수에 들어가면서 한국계
기업들은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체이스맨해튼 시티등 대형 미국계 은행들에서부터 유럽.일본계 중동계
등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출 한도를 대폭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사정이 더욱 딱한 것은 최근 한국과 미국등 외국 정부.금융기관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금융협상이 한국의 은행들만을 "구제"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기 재연장 등의 논의는 은행들이 대상일뿐 기업들이 안고 있는 차입금은
논외로 비껴나 있는 것이다.
미국계 C은행의 코리아 데스크(한국 대출담당)책임자는 "지금 같아서는
기업들 쪽 대출라인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할 형편"이라며 "주요
거래기업들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대책을 세워놓도록 당부했지만
딱히 대책이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모그룹 자금담당자는 "그나마 일본과 유럽계 은행들은 어느 정도
만기를 재연장해왔지만 일본계 은행들이 3월말로 끝나는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정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자금 전선"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새해에
들어선지 보름이 넘도록 올 경영계획을 수립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S그룹 자금담당자는 "우선 자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급한대로
끌어들이는 경우도 금리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라며 "예측 가능한 요소가
전무하므로 사업계획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주미 한국 기업들은 신규 비즈니스를
전면 중단, "일단 살아남고 보자"는 쪽으로 경영방향을 틀고 있다.
H상사 관계자는 "외상매출을 회수하는 대로 은행 차입금을 꺼나가기
바쁘다"며 "과거에는 이런 자금으로 신규 거래선을 개척하거나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돌려썼지만 지금으로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 한국상공회의소(KOCHAM)관계자는 "이처럼 기업들 사정이 어려운 데도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은행 살리기에만 치우쳐 있다"며 "기업이 무너져
버리면 은행 살리기 노력도 허사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