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종합금융사에 대한 무더기 폐쇄결정은 국가위기 타개를 위한 외채협상
타결 직후 나온 우리 정부의 금융개혁의지를 보여주는 첫 가시적인 결과이다.

IMF까지 직접 개입,국내 금융산업 역사상 첫 인가취소 명령을 받는 선례를
남겼다는 의미도 갖는다.

물론 과거의 단자영업방식을 고수, 외형지향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해온
종금사 당사자들의 책임이 크지만 투자금융사를 특별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종금사로 인가해준 다음 인가취소에 이를 만큼 경영부실이 쌓이도록
감독을 소홀히 한 재정경제원 등 감독당국의 책임규명 역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폐쇄결정은 향후 금융정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1차 관문을 통과한 20개 종금사도 안심할수만은
없다.

당장 2월중 폐쇄 종금사가 추가선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영평가위원회는 "1차에서 BIS(국제결제은행)비율에 중점을 두고 평가
했다면 본평가에서는 유동성확충계획과 특검에서 드러날 불법CP(기업어음)
거래와 같은 자산건전성 관련지표 등을 고루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정지된 종금사 14개 가운데 1차 관문을 통과한 4개사중 중앙종금을
제외하곤 대한이 2천1백79억원, 한솔이 9백30억원, 나라가 7백20억원 등의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법CP를 제외하곤 모두 1차평가에서 심사했던 사항이어서 2차
폐쇄대상은 많아야 2~3개사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평위 김일섭 위원장은 "불법 CP의 경우 이미 정상거래로 처리했더라도
과거 불법거래 사실이 적발되면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관문 통과의 열쇠는 불법거래 행위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2차관문을 통과해도 제출된 정상화계획대로 증자를 실시, 3월말에
BIS비율을 4% 초과하는지 등을 계속 관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모든 관문을 거친 종금사라도 지금처럼 백화점식 영업을 하기는 힘들고
소형 전문기관으로 특화될 전망이다.

종금사의 핵심업무인 CP할인이 증권에 이어 은행 투신 등에까지 허용
되는데다 단기차입경영의 무서움을 알게된 기업들이 거래를 줄이면서 단기
자금 시장자체가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점=1차관문을 통과한 4개 종금사의 영업정지기간을 연장조치한 것은
IMF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의 영업재개 방침에 IMF가 태국의 사례를 들며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종금사 무더기 폐쇄에 따른 금융시장 파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금융
당국의 안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계는 폐쇄종금사와 거래했던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폐쇄종금사로부터 기업이 빌려쓴 돈 33조원(작년 11월말 기준) 가운데
가교종금사로의 양도대상에서 제외된 법인보유 무담보CP가 상당액에 달해
이를 발행한 기업들이 자금회수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은 종금사들도 향후 BIS비율 관리를 위해 자금회수를 지속할 방침
이어서 금융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1일자).